北 침묵… 김정은 베트남 일정 불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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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金, 트럼프 회담장 떠난 1분뒤 숙소로
경제시찰 취소-축소 가능성… 베트남정부 “방문일정 예정대로”
金, 2일 오후 특별열차로 돌아갈듯… 하노이 시민 “예상 못한 결말에 허탈”

28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당초 북-미 양국의 합의문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던 시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각각 숙소에 있었다. 270여 분간의 회담을 끝낸 양국 정상은 생선요리와 인삼과자 등을 곁들인 가벼운 오찬을 할 예정이었으나 점심도 거른 채 각자의 길을 갔다. 오후 1시 24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을 떠났고 1분 뒤 김 위원장도 숙소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계획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2시경 약 40분간 기자회견을 열었고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들어간 김 위원장은 침묵을 지켰다.

북한 대표단 경호 문제로 예약을 닫아뒀던 멜리아 호텔은 28일 저녁부터 다시 예약을 받겠다고 밝혔다. 회담이 결렬되자 김 위원장이 ‘베트남 친선 방문’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의 공식방문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푸쫑 주석 주최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2일엔 호찌민 묘소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6시 반경 중국 접경지인 동당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당초 김 위원장의 베트남 공식방문은 ‘친선 외교’ ‘경제 시찰’ 두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미 회담 결렬로 경제 관련 행보는 취소되거나 대폭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 등이 지난달 27일 찾은 베트남 개혁·개방 상징 도시인 하이퐁시나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박닌성 일정이 그 대상이 될 듯하다. 현지 소식통은 “베트남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염려하기 때문에 경제 시찰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담장과 양국 정상의 숙소가 있는 거리엔 여전히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부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에 하노이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미 정상회담 자원봉사자로 나선 대학생 응우옌짱투이 씨(22)는 “평화를 향한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하노이에서 이뤄질 거란 기대에 주저 않고 자원봉사를 신청했는데 결과가 허탈하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3차 회담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3500여 명의 기자가 몰릴 정도로 뜨거웠던 취재 열기도 싸늘히 식었다. 오후 3시경 ‘합의 결렬’을 알리는 속보가 뜨자 하노이 시내에 차려진 국제미디어센터(IMC) 현장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정은#베트남#핵담판#경제시찰#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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