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에 매일 134명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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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이스피싱 4440억 사상 최대


지난해 8월 차모 씨(52)는 모르는 번호로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저축은행 박△△ 대리입니다. 낮은 금리로 대환 대출할 수 있으니 전용 앱을 설치해 모바일로 신청하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저리 대출이라는 문구에 끌린 차 씨는 메시지에 첨부된 링크를 눌러 해당 앱을 설치하고 대출을 신청했다. 차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저축은행에 직접 확인 전화를 했더니 정말로 문자를 보낸 박 대리가 전화를 받았다. 계약금 명목으로 대출금의 일부를 예치하면 대환을 해주겠다는 설명이었다. 차 씨는 안심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 수천만 원을 먼저 입금했다. 박 대리는 보이스피싱범이었고 차 씨 돈을 찾아 잠적했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444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피해액 2431억 원보다 82.7%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743명으로 매일 평균 134명이 사기를 당했다.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는 40대 이상 장·노년층이 월등히 많았다. 40대와 50대 피해액은 전체의 56.3%인 총 2455억 원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피해액은 987억 원(22.6%)으로 전년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금융 거래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노인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차 씨와 박 씨 경우에서 보듯 악성 프로그램을 전자기기에 설치하게 해 돈을 가로채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차 씨가 당한 수법은 일명 ‘전화 가로채기’ 수법으로,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깔리면 피해자가 진짜 금융회사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그 전화가 사기범에게 돌아간다. 전통적인 수법인 대출 빙자형 사기도 여전히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추가 전환 대출이 필요한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서민용 정책자금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며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을 전달했거나 이체한 경우 곧바로 금융회사에 신고하고 지급 정지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보이스피싱#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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