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형 명문고’에 쏟아지는 비판…이시종 ‘고립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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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8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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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자사고로 명문대 입시 실적 좋아지리란 법 없어”
학부모단체·교육청도 일제히 비판…“자사고만 고집 아냐”

이시종 충북지사.© News1 김용빈 기자
이시종 충북지사.© News1 김용빈 기자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가 27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자사고 설립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뉴스1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가 27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자사고 설립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뉴스1
이시종 지사와 충북도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충북형 명문고등학교’ 설립 계획에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지면서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이 27일 충북교육과학연구원에서 개최한 정책콘서트에서 이범 민주연구원 교육혁신본부장(교육평론가)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이 본부장은 “충북에서 요즘 명문대 입시 실적을 내기 위해 자사고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들었다”며 “자사고를 만든다고 명문대 입시 실적이 좋아지리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일반고등학교에서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이 별도의 비교과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지원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 자사고를 설립하는 것보다, 현재 입시제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교육계 안팎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도 같은 날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자사고 설립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최근 이시종 지사의 행보는 그가 꿈꾸는 미래인재육성과 명문고의 청사진이 결국 자율형사립고 설립이었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수준 높은 고교 평준화’와 ‘일반고 살리기’를 열망하는 학부모와 도민의 여론에 배치되는 행보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면서 “이시종 지사의 자사고 설립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사고 설립 시도 중단을 비롯해 Δ미래인재 육성 TF에서 논의 중인 모든 유형의 고등학교 신설 계획 배제 Δ수업혁신을 통한 수준 높은 고교 평준화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서명운동과 합동집회, 교육부장관 면담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저지 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미래인재 육성과 명문고 설립 등을 놓고 충북도와 협상 테이블에 앉은 도교육청도 최근 도의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충북도는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특정대학 진학 현황자료를 요구했다가 중단했다.

자사고 등 명문고 설립 필요성을 뒷받침할 자료 수집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병우 교육감이 발끈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2일 SNS에 “서울대 입학자 수로 교육성과를 재어 보겠다는 것 자체가 국가인권위가 해마다 각별히 삼가도록 권고할 만큼 폐해가 우려되는 비교육적 호기심”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또 “‘특정 시도의 SKY+KAIST 입학자수=?’ 이 통계를 궁금해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필시 30~40년 전의 시각으로 우리 교육을 재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명문대 진학률을 교육 성과의 지표로 여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은 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도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자사고 설립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이시종 지사의 인재상과 교육관은 여전히 학력고사시대에 머물러 있으며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힐난했다.

이 단체는 “시대적 상황을 감지하지 못한 채 우수인재를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자치를 흔드는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시대착오적이고 지역교육을 황폐화할 것이 분명한 자사고 설립 욕심을 지금 당장 거두라”고도 요구했다.

이처럼 교육계 안팎에서 자사고 등 명문고 육성 계획에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충북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교육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반대 여론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미래인재 육성 방안으로 자사고 설립만 요구한 게 아닌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팩트와 다른 부분이 부각되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국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 지정, 인재들의 지역 고교 진학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 다각도로 건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지역 미래인재 육성 TF’를 구성하고 명문고 육성 방안 등 논의에 착수했다.

지역인재 유출 방지와 학교 기능 강화 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자사고 등 신규학교 설립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와 이 지사는 미래인재 육성과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자사고 설립 허용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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