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씨 뿌리자마자 열매? 대기만성형 팀이 성과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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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서 본 조직운영
외인부대 마약반 처음엔 무력감… 팀 해체했다면 대활약 못봤을것
리더, 빠른 성과 기대하는 경향… 신중한 판단-사명감 고려해야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은 마포경찰서 마약반이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영화에서 성과가 부진한 마약반원 5명은 잠복근무를 하기 위해 치킨집을 인수한다. 그런데 이들이 우연히 만든 ‘갈비양념 치킨’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치킨집은 한순간에 ‘맛집’이 된다. 마약반 고 반장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홍보성 문구까지 만드는 등 인기에 취한다.

이 마약반은 사실 특출 난 인재들을 모은 태스크포스(TF)다. 팀원의 경력을 보면 하나같이 화려하다. 유도 국가대표, 해군 특수전전단(UDT) 요원, 무아이타이 아시아 여자 챔피언, 칼에 12번을 찔리고도 살아남아 ‘좀비’라는 별명을 가진 반장. 그럼에도 팀 성과가 나지 않자 경찰서장은 마약반을 해체하려고 한다. 고 반장도 무력감을 느끼며 잠시 맛집 사장에 ‘빙의’하기도 한다.

리더는 대부분 성급하다. 새로운 조직을 구성했으면 바로 성과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씨를 뿌린 후 바로 싹을 틔우는 법은 없다. 빨리 싹트는 콩나물도 먹으려면 1주일이 걸린다. 그것도 이틀간 물에 불린 콩으로 했을 때의 경우다. 맹자(孟子)가 말한 조장(助長)을 아는가. 논에 벼를 심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손으로 뽑아놓고서 성장을 도왔다고 말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셈이다. 영화의 내용도 이와 흡사하다. 만약 마포구 마약반을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해체했다면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결과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마약반과 강력반은 공조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서로 공적을 가로채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지나친 내부 경쟁이 조직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무 분장이 항상 명확하면 좋겠지만 신규 추진 업무의 경우 여러 팀에 걸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공적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도 문제고, 서로 자기네 부서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것 역시 문제다.

더욱이 성과에서 중요하지만 불분명한 것 중 하나가 운의 작용이다. 영화에서 몇몇 범인은 마을버스와 스쿨버스에 부딪쳐 경찰에 검거된다. 이는 경찰이 그간 노력한 덕에 행운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이 노력을 했다 해도 반대로 운이 나빠 버스가 추적을 가로막아 범인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의 성과나 실패로 포상이나 징벌을 하면 운이 좋았던 사람에게 포상을 하거나 운이 나쁜 사람에게 징계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마약반은 그렇게 잘되는 치킨집을 마다하고 왜 경찰로 돌아갔을까. 아마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고 반장과 반원들이 범인의 등장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것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은 이런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조직 내 구성원이 그렇지 않다면 선발을 잘못했거나 그렇게 육성하지 못한 것이다. 대기만성형 팀 성과는 여기서 비롯된다.

정선태 인하대 정책대학원 실장(경영학 박사)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극한직업#마약반#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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