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그린 中영화 ‘원 세컨드’, 베를린영화제 시사회 직전에 출품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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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 당시 혼란상 담아낸 거장 장이머우의 새 영화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월드프리미어시사 하루 전에 돌연 출품 취소돼
“사극액션영화로 대체상영”…독일 언론 “중국 정부의 개입 의혹” 비판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 돌연 철회된 중국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원 세컨드(One Second)’. 사진 출처 berlinale.de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 돌연 철회된 중국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원 세컨드(One Second)’. 사진 출처 berlinale.de
중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물 중 한 사람인 장이머우(張藝謀·69) 감독이 연출한 신작 ‘원 세컨드(One Second)’의 제69회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7~17일) 경쟁부문 초청이 돌연 불분명한 이유로 철회됐다고 AP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원 세컨드’의 첫 공식 상영일은 15일이었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 행사 기간 중에, 그것도 월드프리미어 상영일 바로 전날에 시사 행사를 취소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돌발 사태다.

영화제 측은 “후반작업 마무리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영화제 기간 중에는 ‘원 세컨드’ 상영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15, 16일 시사는 장 감독의 2002년 액션사극 ‘영웅’ 상영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로써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은 16편으로 줄었다.

우위썬(吳宇森), 왕자웨이(王家衛) 감독 등과 더불어 1990년대 해외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명성을 쌓은 장 감독은 공산당이 선호하는 화려한 대작 영화와 ‘국두’ ‘홍등’ ‘인생’ 등 은근히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낸 드라마 소품을 오가며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연출 데뷔작인 ‘붉은 수수밭’은 1988년 제38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중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장 감독의 새 영화 ‘원 세컨드’는 1966~1976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인 문화대혁명 시기의 혼란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노동개조수용소를 탈출한 청년이 뉴스를 보려고 한 시골 영화관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문화대혁명 당시 ‘하방(下放·지식인을 시골 노동현장으로 보냄)’ 생활을 했던 장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영화인 셈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 의해 상영이 갑작스럽게 취소됐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삼은 중국 서적과 영화는 매우 드물다”고 보도했다.

장 감독은 ‘원 세컨드’ 상영 취소에 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세태에 불만을 품은 한 젊은이의 의문사를 그려낸 중국 영화 ‘베터 데이스(Better Days)’도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중국 정부 당국의 검열에 의해 상영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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