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사이클’ 여왕 이도연, 눈밭서도 도도하네… 장애인겨울체전 바이애슬론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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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겨울종목 섭렵 47세 철녀, 스키 도전 3년 만에 처음 정상
“내년 패럴림픽 사이클 꼭 금메달”

이도연이 1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바이애슬론 좌식 4.5km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핸드사이클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쓴 이도연이 스키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도연이 1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바이애슬론 좌식 4.5km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핸드사이클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쓴 이도연이 스키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사이클과 노르딕스키는 똑같아요. 둘 다 정말 힘들거든요.”

한여름의 도로를 휘어잡던 여인이 겨울 눈밭에서도 여왕이 됐다. 그것도 47세의 나이에. 사이클 강자로 지내다 44세의 나이에 입문한 스키에서 3년 만에 국내 정상에 올랐다.

‘철의 여인’ 이도연(전북)이 설원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도연은 1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제16회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바이애슬론 좌식 4.5km에서 19분1초10으로 1위를 차지했다. 노르딕스키 세부 종목 중 하나인 바이애슬론은 사격과 크로스컨트리스키가 결합된 스포츠다. ‘한국 좌식 노르딕스키 1호’ 서보라미(33·하이원)는 김세정(42·광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핸드 사이클의 여왕’ 이도연이 스키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19세 때 건물에서 떨어져 장애인이 된 이도연은 34세에 탁구 라켓을 잡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탁구로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고 판단한 이도연은 40세에 육상으로 종목을 바꾼 뒤 그해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여름)에 나가 창,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모두 한국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 육상은 세계 수준과 차이가 큰 종목. 육상으로는 패럴림픽에 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한 이도연은 41세에 핸드 사이클로 눈을 돌렸고, 입문 1년 만인 2014년 5월 국제사이클연맹(UCI)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가 UCI 장애인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핸드 사이클 도로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도연은 44세였던 그해 11월 노르딕스키를 시작했고 지난해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여름·겨울올림픽(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국내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이도연은 7개 종목에 출전해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모두 완주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아경기 핸드 사이클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는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아경기 핸드 사이클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는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때만 해도 기술이 너무 부족했죠.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아스팔트도 좋지만 눈도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스키는 신의현 선수가 권유했어요. ‘누나는 힘이 좋고 의욕도 넘친다. 스키를 타는 게 사이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더군요. 이제 와서 보니 그 말이 맞아요. 지난해 평창 패럴림픽이 끝나자마자 훈련도 못한 채 사이클 국제대회에 나갔는데 거기서도 우승했거든요.”

신의현(39)은 지난해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에서 한국에 사상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인물이다.

2017년 장애인겨울체육대회에 처음 출전했지만 3관왕에 오른 서보라미의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이도연은 “보라미가 최근 몸이 아파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보라미의 컨디션이 좋을 때 제대로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눈밭에서도 최고가 된 이도연의 눈은 내년 도쿄 패럴림픽을 향하고 있다. 주 종목인 핸드 사이클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요즘은 자나 깨나 도쿄 패럴림픽 생각을 해요. 리우에서는 실수한 탓에 금메달을 놓쳤는데 내년에는 아쉬움 없는 레이스를 하고 싶습니다.”

40대 후반. 웬만한 이는 체력이 떨어지고 노화 진행 속도는 빨라지는 나이다. 엄청난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사이클과 노르딕스키가 나이 들수록 힘에 부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숫자로는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몸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결승선에서 이도연을 만난 서보라미가 말했다.

“도연이 언니는 정말 체력을 타고난 것 같아요. 젊은 남자들과 붙어도 지지 않을걸요?”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도연#패럴림픽#바이애슬론#핸드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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