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재판 청탁은 ‘입법 거래’… 명백히 밝혀 책임 물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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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법원행정처장이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미 조사를 마친 전·현직 판사 100여 명 가운데 범죄 가담 정도가 큰 이들도 이달 중에 선별적으로 기소해 양 전 대법원장 등과 함께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현직 여야 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도 명명백백히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법원행정처에 재판 청탁을 하거나 법률 자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이 의원들의 사적인 청탁을 들어줬다면 이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받고 있는 재판 거래 의혹 못지않게 심각한 일이다. 국회는 사법부에 관한 입법권과 예산 심의·확정 권한을 갖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 판사들의 행동이 ‘재판 거래’라면, 의원들의 청탁은 법원을 견제해야 할 권한으로 사익을 취한 ‘입법 거래’다. 삼권분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재판 청탁 의혹을 덮고 넘어가려는 정치권의 태도도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를 해야 할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일 때,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인의 아들이 선처를 받게 해 달라고 국회 파견 판사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징계는커녕 사건 경위 조사도 안 했다. 자유한국당도 홍일표 의원과 노철래, 이군현 전 의원이 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법률적 조언을 받은 일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거대 양당이 이래서야 국회가 사법개혁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사법농단 의혹에서 반드시 밝혀내고 넘어가야 할 대목임을 인식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추호라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이면 검찰에 대한 신뢰에 오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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