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승전의 상징 ‘하노이’… 北, 체제유지-경제성과 겨냥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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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대신 하노이 고집한 까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2차 정상회담 장소가 하노이로 정해졌다. 베트남을 낙점해 두고도 북-미가 각각 수도인 하노이와 관광휴양지인 다낭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다가 최근 평양 실무협상을 통해 최종 조율을 이뤄낸 것. 실무협상 전부터 하노이를 고수했던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체제 보장과 경제 개혁·개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전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북한 대내 선전용으로 하노이가 안성맞춤”

북-미 실무협상에 정통한 한 정보 관계자는 10일 “북측에서 북-미 정상회담 전후 주민들에게 보여 줄 영상기록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하노이라야 설명하기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낭의 경우 “북한 주민들에겐 인지도가 높지 않고 관광지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양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하노이는 분단국 상태에서 미국과 싸워 공산 진영에 의한 통일을 이룩한 북베트남의 수도였다. 베트남이 통일 이후에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1986년 ‘도이머이’를 채택해 개혁·개방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내 선전용으로 적합하다는 것. 아울러 미국과 전쟁을 벌였던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지만 1995년에는 국교를 정상화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그리는 정상 국가 로드맵을 구체화하기엔 다낭보다 하노이가 더 낫다는 얘기다.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를 더 얻어내기 위해 장소를 양보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장소나 의전에 있어 북한 편의를 봐주되 남은 기간 비핵화 조치를 더 얻어내겠다는 시그널을 이런 식으로 보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실무협상 보고를 받은 직후 흔쾌히 하노이 카드를 받아준 것도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김일성 이후 55년 만의 국빈방문

베트남 명절 ‘뗏’ 막바지이던 9일(현지 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발표되자 하노이는 회담 준비로 분주해졌다.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은 비상근무에 돌입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머물 만한 주요 대형 호텔은 최상위층 객실 예약을 받지 않는 등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2차 정상회담 장소로는 200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치른 국립컨벤션센터가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는 컨벤션센터 바로 옆인 JW매리엇 호텔이나 3년 전 묵었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주석궁 근처인 팬퍼시픽 호텔이나 북한 대사관 인근 멜리아 호텔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회담과 별개로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국빈방문이 성사된다면 북한지도자가 55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베트남 땅을 밟게 된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58년 11월, 1964년 10월 두 차례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당시 호찌민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인근 도시로 깜짝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해상 물류중심지로서 각종 연구개발단지가 있는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원산과 비슷한 해양 관광도시인 할롱베이가 유력하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 / 하노이=유승진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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