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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에 의결권? 국민연금 ‘무늬만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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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에 의결권? 국민연금 ‘무늬만 위임’

강유현기자 입력 2019-02-11 03:00수정 2019-02-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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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시행… 실효성 논란
위임받는 여러 운용사들 의견 갈리면 기업서 거부 가능
국민연금 사전 조율 나설수도
주총前찬반의견 공개도 문제 “운용사가 얼굴마담 하는 셈”
15일부터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위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은 데다 제도상의 허점 때문에 위임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국민연금이 운용사들의 결정을 뒤에서 좌지우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5일부터 123조9000억 원(지난해 9월 말)의 국내 보유주식 중 자산운용사들에 투자 일임 형태로 위탁 운용하는 57조3000억 원(46.3%) 상당의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관계법령이 개정되면 의결권 행사 위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의결권 행사 위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정작 운용사들에 대한 의결권 위임은 상법상의 ‘불통일 행사’에 관한 조항 때문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크다. 이는 회사가 주주 의결권의 불통일 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가령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여러 운용사에 위임했다고 가정했을 때 A운용사는 이를 반대하고 B운용사는 찬성했다면 한진그룹 측은 이 운용사들의 의결권을 거부할 수 있다. 운용사들이 한 안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주주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이 사전에 개입할 소지가 크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의결권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이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결권을 위임하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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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정부나 국민연금 측도 의결권 위임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반드시 의결권을 위임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또한 “상반기(1∼6월)에 방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의결권 위임을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국민연금 담당 부처인 복지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국민연금은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의사를 미리 공개하고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을 결집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국민연금이 의결권 위임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을 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총 32곳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의결권을 위임받더라도 나중에 계속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소 국민연금의 의중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의결권 위임은 결국 국민연금에 얼굴마담 역할만 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자산운용사#의결권#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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