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 깬 사이보그 전사 “악인에 자비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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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만화 원작 SF영화 ‘알리타’

가녀린 소녀의 몸에서 나오는 힘이 무시무시하다. ‘알리타: 배틀 엔젤’의 알리타는 새로운 ‘걸크러시’ 여전사의 계보를 잇는다. 극 중 거대한 사이보그 그루위시카의 공격을 뚫고 돌진하는 알리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가녀린 소녀의 몸에서 나오는 힘이 무시무시하다. ‘알리타: 배틀 엔젤’의 알리타는 새로운 ‘걸크러시’ 여전사의 계보를 잇는다. 극 중 거대한 사이보그 그루위시카의 공격을 뚫고 돌진하는 알리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여 년간 묵혀 놓았던 덕분에 ‘최고의 명품 된장’이 된 걸까. 5일 개봉한 ‘알리타: 배틀 엔젤’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숙원을 B급 영화 장인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완성했다. 그 결과물은 여러 의미에서 혁신으로 가득 찼다.

1990년대 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추천을 받아 일본 SF만화 ‘총몽’을 접한 캐머런 감독은 영화화를 꿈꾸며 판권을 구입했다. ‘아바타’(2009년)의 흥행과 속편 제작 탓에 뒤로 밀린 ‘알리타…’를 결국 2005년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맡겼다. 캐머런 감독에게서 600쪽 분량의 설명집을 받아 250쪽으로 압축시킨 그는 2016년에야 촬영에 들어갔다.

원작 만화가 지닌 독특한 설정 탓인지, 영화는 작품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배경은 2563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인간 뇌를 탑재한 생체 사이보그 알리타(로사 살라사르)가 사이보그 전문의 다이슨 이도(크리스토프 발츠)의 도움을 받아 여전사로서의 기억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걸크러시’ 여전사가 적들을 때려 부수는 흐름은 흔하디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에일리언’(1979년) 리플리부터 ‘툼 레이더’(2001년) 라라 크로프트, ‘레지던트 이블’(2002년) 앨리스, ‘킬빌’(2003년) 블랙 맘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배우의 모션 캡처에 특수효과 전문회사 ‘웨타디지털’의 100%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덧입혀 탄생한 알리타는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 가상인 듯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는 머리카락과 얼굴 모공, 주근깨 등 정교한 질감에 실사 배우들과 한 프레임에 담겨도 이질감이 없다. 원작 만화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로드리게스 감독은 소녀의 모습을 한 알리타 눈을 의도적으로 키우기도 했다.

‘알리타…’는 선배의 실수도 잊지 않았다. 역시 일본 SF만화 원작으로 할리우드로 간 2017년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일본인 여전사 메이저를 스칼릿 조핸슨이 연기하며 ‘화이트 워싱’ 논란이 컸다. 알리타는 동양인은 아니지만 라틴계 배우 로사 살라사르가 맡으며 이를 살짝 비켜갔다.

로드리게스 감독이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힌 것처럼, 영화는 총제작비 2억 달러(약 2247억 원)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특권층의 공중도시 ‘자렘’에 대비되는 쓰레기들로 가득 찬 고철도시는 미국 텍사스 3000평 규모 세트장에서 촬영돼 파나마 건물과 풍경 데이터를 덧입혔다.

압권은 역시 액션이다. 자동차 경주와 아이스하키, 농구 등을 섞어 놓은 ‘모터 볼 경기’ 장면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가 떠오를 정도다. 벌써부터 “3D를 위한 최고의 영화”라는 평이 쏟아진다. 빌런(악당)들이 로봇인지라 몸이 두 동강 나거나 목이 잘리는 장면도 허다해 12세 관람가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 ‘씬시티’(2005년), ‘플래닛 테러’(2007년), ‘마셰티’(2010년) 등 신체 절단이 난무하는 로드리게스의 B급 연출은 확실히 캐머런 스타일과는 다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알리타: 배틀 엔젤#걸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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