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여성에게 위험한 나라”에 발끈한 인도 장관…여성 인권의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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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 알폰스 인도 관광부 장관. 뉴델리=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슈리 알폰스 인도 관광부 장관. 뉴델리=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인도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제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인도는 여성이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한 나라입니다.”

지난달 31일 인도 뉴델리의 장관 집무실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난 슈리 알폰스 인도 관광장관은 현안을 묻는 질문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외신 기자들이 실망스럽다”며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 “일부 안 좋은 일이 발생한 것은 인정하지만 과장된 면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폭력과 여성 차별 등의 이미지는 인도가 가진 오랜 오명 가운데 하나다. 이런 이미지는 인도의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알폰스 장관이 해외 기자단 앞에서 이례적으로 언론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외신 중에는 인도의 성폭력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적지 않다. 로이터통신을 소유한 톰슨로이터재단은 지난해 ‘여성이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 1위로 인도를 꼽았다. 2011년 같은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인도는 그 사이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일궈냈음에도 여성 인권 지수가 더 떨어졌다. 해당 통계에서는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소말리아 등 내전에 시달리는 국가보다도 상황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550명의 설문을 바탕으로 한 통계에서 인도는 성폭력과 인신매매 등에서 특히 나쁜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 설문을 보도한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07~2016년 사이에 여성에 대한 범죄 사례가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통계의 변화가 실제 범죄사례 증가 뿐만 아니라 범죄 신고율 증가도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인도에서는 강간 등 성폭력을 당하면 숨기는 문화가 많았지만 최근 법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확산됐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여성 지위 관련 통계인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에서 인도는 약 190여 개 조사대상 국가 중 130위권에 올랐다. 성불평등지수가 높다고 할 순 있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Low Human Development)은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여성의 사회진출 항목이 많이 포함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P)의 성별격차지수(GGI)에서는 149개 국 중 108위로 한국(115위) 보다 더 높게 나오기까지 했다. 생존과 건강, 경제참여, 교육 등에서 모두 한국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인도 여성의 정치 권한은 전체 19위로 월등히 높았다. 일부 기업은 획기적으로 여성 직원의 고용을 늘리기도 한다. 기자가 인도 현지에서 방문한 인도의 해외 투자 유치기관인 인베스트 인디아의 경우 여직원의 비율이 52%로 남성 직원보다 많았다.

과거 카스트제로 대표되는 계급적 차별의 잔재 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엘리트 여성을 중심으로 한 평등은 일궈냈지만 하층민 여성의 인권은 여전히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에서 만난 인도의 한 언론인은 “교육이 확대되면서 인도 여성들의 인권의식은 갈수록 변화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농촌 등 도시 외 지역에는 여전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델리=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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