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北美정상회담 이어 2차 회담도 동남아 국가 선택한 까닭은?[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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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차 북미회담의 장소로 베트남이 유력해 졌습니다. 1차 북미회담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는데요, 트럼프와 김정은은 1차 회담에 이어 2차 회담 장소로 왜 동남아시아 국가를 선택했는지, 개최국은 회담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류태림 경희대 정치외교학과(12학번) 졸업(아산서원 14기)


A.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미국 주류언론들이 일제히 베트남을 지목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연두 국정연설에서 이같이 확인했습니다. 현 시점에 더 큰 관심사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냐 대표적인 관광지인 다낭이냐 인 것 같습니다. 어느 경우라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은 1차에 이어 2차 역시 동남아 지역으로 확정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왜 베트남인가?

이제부터는 왜 또 동남아 국가인지, 왜 베트남인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흔히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죠. 정상들이 만나 만면에 미소를 짓고 악수를 나누고 합의문을 내놓는 장면이 많이 연상되겠지만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 자국에 유리한 곳에서 회담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북한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외교적 중립지대라고 할 만합니다.

1970년대에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 했고, 이후 본격적인 경제개발의 길에 나섰습니다. 북한처럼 한때 전쟁을 치렀지만 신뢰구축 과정을 거쳐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룬 뒤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 개최지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북한에게도 베트남은 ‘굿 초이스’로 부를 만합니다. 북한은 베트남이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50년부터 베트남 정부를 외교적으로 인정했고, 김일성 주석도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는 곳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거리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전용기가 노후화 한 김정은은 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하지 않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임대해 준 에어 차이나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열릴 정상회담에도 ‘참매 1호’를 이용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평양에서 비행거리가 4시간 안팎인 베트남은 큰 부담 없는 장소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공관을 갖고 있는 국가라는 점도 장소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원수가 직접 방문하는 회담을 치른다는 점에서 외교공관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천지차이가 있습니다. 만일을 가정한 경우지만 유사시에 외교공관은 치외법권지역으로 기능할 수 있고 영사보호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북한이 국가수립 직후부터 수교를 해온 나라들이고, 베트남이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도 북한으로서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보입니다.

● 개최국이 얻는 ‘컨벤션’ 효과

베트남 역시 적극적으로 회담유치 용의가 있다는 점을 홍보해 왔는데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은 경제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베트남에게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는 한국, 중국, 일본 자본이 앞 다퉈 진출하고 있지만 미국계 자금의 유입은 활발하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의 온전한 정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른바 ‘컨트리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는 탓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장으로 유력한 베트남 다낭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전경. 앞이 바다로 막혀 있어 경호에 유리하다. 다낭=AP 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장으로 유력한 베트남 다낭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전경. 앞이 바다로 막혀 있어 경호에 유리하다. 다낭=AP 뉴시스

김정은도 김정은이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상회담을 멋들어지게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진행할 경우 국가 신인도가 급상승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현장에서 베트남의 역량을 입증하고 안전도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준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컨벤션 효과’는 이미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입증됐습니다.

회담 직후 싱가포르 외교부는 정상회담 비용으로 163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33억 원)가 들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대부분 보안관련 예산이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호텔 숙비(하룻밤에 약 984만원) 취재진 취재지원비(약 32억 원)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이 비용의 100배가 넘는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중립국으로서의 국가이미지 제고는 물론 회담장이었던 카펠라호텔, 숙소로 사용됐던 샹그릴라호텔 세인트리지스호텔 등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습니다.

베트남은 어쩌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왔던 메시지를 능가하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의 합의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합의에 역사적인 내용이 담긴다면 후세의 역사서에는 ‘베트남(다낭) 선언’이라는 기록이 영원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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