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식인 226명 “日정부, 식민지배 사죄로 한일갈등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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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발표… 3·1 독립선언문도 인용

가스야 겐이치 일본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 지식인 226명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 서명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가스야 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다가와 고 재한피폭자문제시민회의 대표.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가스야 겐이치 일본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6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 지식인 226명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 서명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가스야 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다가와 고 재한피폭자문제시민회의 대표.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226명이 6일 성명을 통해 ‘일제의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통해 한일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이 무효였다’는 한국 측 주장을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맺은 불평등 조약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제3국 위원이 참여하는 중재위 회부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다 교수 등은 이날 오후 도쿄(東京) 중의원 제2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일본 시민 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와다 교수를 포함해 교수, 변호사, 언론인과 와세다(早稻田)대 이종원 교수 등 21명이 이번 성명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올해는 ‘3·1 독립선언문’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라며 성명서에 독립선언문 내용도 담았다. 이들은 “당시 조선 민족은 일본에 병합되어 10년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일본을 위해서라도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며 “이제 우리들은 조선 민족의 이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동북아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한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일, 북-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덧붙였다.

와다 교수는 “현재의 일본과 한국의 비정상적인 대립과 긴장 관계를 우려해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며 “일본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를 점차 잊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잊어버리면 일본은 이웃 국가와 제대로 지낼 수 없다”고 성명서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발기인들은 1910년 한일 병합조약의 불합리성과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의 문제점도 집중 조명했다. 가스야 겐이치(糟谷憲一) 히토쓰바시(一橋)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언제까지 한국에 사죄해야 하느냐’는 말도 있지만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본 자객은 명성황후를 살해하는 전대미문의 행동을 했다. 병합조약도 강제로 체결했다. 이를 감안할 때 청구권협정이 제대로 체결됐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도 “1910년 병합조약은 여러 문제가 있다. 그 조약에 따르면 한국은 독립 자체를 할 수 없다. 병합조약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 이번 성명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응하는 강경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구권협정은 ①협정의 해석이나 시행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양자 협의로 해결하고 ②양자 협의가 실패하면 한일 정부가 한 명씩 임명하는 위원과 제3국 위원이 참여하는 중재위를 가동하도록 돼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한국에 양자 협의를 공식 요청했고, 30일 이내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선 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선 한국이 양자 협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다음 단계인 중재위 회부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재위 회부 시기는 ‘최초 협의 요청 시점으로부터 60일이 되는 3월 초순까지 중재 절차에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의 징용공(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 내 비난 목소리가 매우 높다. 중재위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지식인 성명#한일갈등#식민지배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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