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정상, 北-美 베트남 회담 앞서 ‘완전 비핵화’ 재확인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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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새해 국정연설에서 “27, 28일 베트남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4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데 이어 어제 평양을 방문했다. 미국 협상 대표가 서울을 거쳐 평양을 공개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비핵화 진전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한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사전 실무협의에 집중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포괄적 합의’에 그치다 보니 회담 후 양측의 갈등만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의 전에 덜컥 정상회담 일정에 합의해 버려 북한이 원하는 의제와 방식대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간 2차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하지 않은 채 무산 가능성도 시사해왔다. 마침내 2차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은 북-미 간의 물밑 논의가 일정한 수준까지 진전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선거 재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 성과에 급급해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합의하거나, 주한미군 관련 문제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플루토늄,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 및 폐기를 약속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주고받는 방식의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당초 종전선언은 북한의 핵시설 신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발 물러난 것이다. 핵시설 신고는 이미 보유한 핵탄두와 핵물질의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인 데 비해 핵시설 해체·폐기는 미래 핵 포기를 의미할 뿐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굳건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양보할 수 없는 사활적 문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 간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하지만 정작 한미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했다는 소식도 아직까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협상 방식을 감안하면 ‘한국 패싱’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놓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한 각오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북한 비핵화#icbm 폐기#포괄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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