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만 12장’…전세자금대출 어려워 서울 진입 포기 속출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5일 07시 05분


코멘트

캥거루족이 된 청년들②

“일이랑 병행하면서 서류 12장을 떼는 게 쉽지 않아요. 심지어 정책자금을 이용한다고 하면 절차 복잡할 거 뻔히 아니까 집주인들이 꺼려해 집을 구하기도 힘들어요. 중간에 계약이 파기돼 처음부터 집을 새로 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직장인 오모(32)씨는 전세금 50%를 정부지원으로 지불하고 영등포구에 전셋집을 구했다. 월세로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정부 지원을 받아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씨는 “업무가 끝나자마자 집을 보러 다녔는데 어렵게 집을 구해놓고도 자격이 안돼 전세금 대출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이 연 1.2%의 저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 대출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자격요건, 홍보미비,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프로그램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 대출은 중소기업에 생애 최초로 정규직으로 취업하거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청년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만 34세 이하 무주택 세대주(세대주 예정자) 청년을 지원한다.

취업일자와 상관없이 중소·중견기업에 재직한 청년이 대상이며 소득기준은 개인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다. 보증금 2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이하의 주택에 대해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 대출,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등 정부가 내놓은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은 다양하지만 청년들의 이용률은 낮다. 임대료 부담 과다가구의 31.1%가 월세 보조금 지원, 27.8%가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당장 필요한 정부의 대책으로 꼽았지만 실제 주거지원 프로그램 이용률은 6.5%에 불과했다.

준비해야하는 서류만 12장이다. 오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임대차계약서, 5% 이상 계약금 영수증, 신분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전 주소지 이력을 포함한 주민등록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건강보험납부내역서, 재직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 은행통장사본, 임대인통장사본 등을 준비했다.

오씨는 “회사에서 떼야하는 서류는 재직증명서, 건강보험납부내역서, 원천징수영수증이었는데 눈치 보이는 것도 있었고 업무하면서 저 서류들을 모두 준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심지어 저렇게 서류를 떼도 자격이 조금만 안 되면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주인들은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세입자를 꺼리기도 한다. 한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와있는 신림동 원룸 매물은 2289개지만 ‘전세대출가능’이라는 조건을 입력하면 881개로 줄어든다.

영등포구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서 가계약까지 했는데 취소되는 경우가 있어 전세대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어떤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지원 정책) 하나하나가 너무 복잡해서 이용률을 높이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동료들이 많은데 그 중에 전세로 집을 구한 친구들을 보면 대출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서 진땀을 뺀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