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훔치는 장관…김부겸 영화 ‘말모이’ 관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31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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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에 있을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0일 한창 흥행몰이 중인 영화 ‘말모이’를 관람했다.

김 장관은 이달 ‘문화가 있는 날’인 이날 오후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회) 관계자 30여 명과 함께서울 시내 한 극장을 찾았다. 말모이를 보기 위해서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천으로 말모이 개봉 사실을 접한 뒤 위원회 측에 영화를 함께 볼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정중앙 관람석(F5열)에 착석해 영화가 상영되는 135분 간 숨을 죽인 듯 보였다. 가슴 아픈 역사의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훔쳤다.

평소 눈물 많기로 유명한 김 장관이지만, 까막눈이던 김판수(유해진)가 한글을 배운 뒤 소설책 ‘운수좋은 날’을 읽으며 펑펑 울거나 친일파 아버지를 둔 류정환(윤계상)이 옥중에서 광복을 맞는 장면에선 감정이 북받치듯 눈물을 쏟아냈다.

김 장관 역시 인력거꾼 김첨지의 하루 일상을 통해 당시 하층민의 비참한 현실을 그려낸 운수좋은 날을 가슴 아프게 읽어내려갔을 세대인데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헌법과 계엄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두 차례 옥고를 치른 전력이 있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우리말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숭고한 활약을 그린 영화다.

제목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고 해서 붙은 1910년대 편찬된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 원고를 가리킨다. 주시경(1876~1914) 선생의 뒤를 이어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가 이 원고를 기반으로 1942년 초고를 완성했다.

그러나 인쇄 직전 일본 경찰이 조선어학회 회원 33명을 잡아다 고문하고, 사건 법정 증거물로 초고를 압수해 옮기는 과정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8일 초고 보따리가 경성역(현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돼 조선어학회가 ‘조선말 큰사전’으로 이름을 바꿔 첫 권을 펴냈다. 조선말 큰사전은 한글학회에 의해 1957년 총 6권의 ‘큰사전’으로 완간됐다.

조선어학회 회원 중 이인(1896~1979) 선생 등 3명은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장관은 초·중·고 시절을 대구에서 보냈고, 지역구 또한 대구 수성갑이다.

영화 관람에 앞서 지난 25일 기자와 만났던 김 장관은 “학회 회원 3명이 대구 출신이다. 나중에 (대구에 돌아)가게 되면 (말모이에 대해 나눌)얘기가 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그가 장관 취임 후 영화를 공개 관람한 것은 지난 2017년 7월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군함도(軍艦島)’를 본 이후 처음이다. 군함도의 시대적 배경 역시 일제강점 말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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