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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여자 투톱 “동아마라톤, 불꽃 좀 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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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여자 투톱 “동아마라톤, 불꽃 좀 튈 겁니다”

이승건 기자 입력 2019-01-31 03:00수정 2019-01-3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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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서 맹훈 SH공사 김도연-안슬기
한국 여자 마라톤의 희망 김도연(오른쪽)과 안슬기가 30일 전지훈련 중인 전남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카메라를 향해 ‘엄지 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약 20km를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린 뒤였지만 힘든 내색도 하지 않고 함께 뛴 남자 후배들을 격려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땅거미가 내려앉은 트랙에 발소리가 이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훈련을 마친 뒤에도 남은 두 명은 쉬지 않았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발까지 맞춰가며, 마치 한 사람이 뛰듯 질주를 계속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가끔은 얘기도 나눴다.

안슬기(27)와 김도연(26·이상 SH공사)은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 마라톤을 구해 낼 희망이다. 김도연은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5분41초를 기록하며 21년 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 치웠다. 등에 통증이 있어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했던 안슬기는 2주 뒤 열린 대구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8분17초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국내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마라톤 관계자들은 둘이 함께 뛰는 지금을 ‘여자 마라톤 황금 세대’라고 부른다. 과거 남자 마라톤의 황영조-이봉주에 비견할 만하다는 것이다.

안슬기와 김도연은 서울체고 1년 선후배 사이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각각 다른 팀에서 활동했던 둘은 김도연이 지난해 말 SH공사로 이적하면서 다시 만났다. 현역 ‘톱2’가 한 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터줏대감’이었던 안슬기가 불편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 질문 꽤 받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도연이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안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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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팀에 적응하는 게 걱정됐는데 언니가 너무 반겨줘서 고마웠어요. 지금도 이것저것 잘 챙겨줘 큰 힘이 됩니다.”(김도연)

모교인 서울체고 남자 후배들과 함께 트랙을 달리고 있는 안슬기(왼쪽에서 두 번째)와 김도연.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둘은 전남 진도에서 서울체중·고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 중이다. 이 학교 육상부 장동영 감독과 김천성 코치가 지도를 하고 있다. 장 감독이 학창 시절부터 안슬기와 김도연을 지도해 잘 알고 있는 데다 남자 고교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게 훈련 효과도 좋다는 판단에서다. 둘은 3월 17일 열리는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 동반 출전해 2020 도쿄 올림픽 티켓에 도전한다.

“도연이와 같이 훈련하는 게 반갑지만 긴장도 됩니다. 어쨌든 현재 기록은 저보다 좋으니까요. 하지만 부럽다는 생각은 안 해요. 도연이가 먼저 길을 열었을 뿐, 제가 또 다른 길을 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올해 목표는 24분대인데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이루고 싶어요.”(안슬기)

24분대면 한국 기록 보유자는 안슬기가 된다. 선배의 말을 듣고 있던 김도연이 슬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난해 한국 기록을 세울 때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조금 무리를 했다면 기록을 더 단축했을 겁니다. 지난해 아시아경기 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한동안 훈련을 못 했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지금 하는 훈련을 잘 소화하면 23분대는 가능할 겁니다.”(김도연)

11일부터 시작된 전지훈련이 보름 넘게 지났지만 둘은 진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숙소와 진도공설운동장을 오가며 훈련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힘들고 답답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뛸 때는 당연히 힘들죠(웃음). 그래도 뛰고 나면 희열을 느껴요. 그걸 알기에 계속 달릴 수 있는 거죠.”(안슬기, 김도연)

친한 언니 동생 사이이면서도 라이벌일 수밖에 없는 둘은 나란히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상위권 진입을 꿈꾸고 있다. 나란히 좋은 기록을 유지한다면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설 수도 있다.

“지금의 훈련도 도쿄 올림픽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시아권에서 여자 마라톤은 일본이 강한데, 우리도 일본만큼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안슬기)

“신체 조건을 타고난 아프리카 선수들을 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아시아권 선수 가운데서는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죠.”(김도연)

진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동아마라톤#2019 서울국제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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