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가스파리니의 더딘 회복과 박기원 감독의 변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30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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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가스파리니.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가스파리니. 스포츠동아DB
“본인이 세심하게 체크했을 것이다. 아무리 감독과 외국인 선수라도 개인적인 부분을 터치할 수는 없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노리는 대한항공이지만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주포’ 미챠 가스파리니(35)의 기복이다. 슬로베니아 출신 가스파리니는 2012~2013시즌 현대캐피탈에 입단하며 V리그와 연을 맺었다.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2016~2017시즌 대한항공과 계약하며 다시 돌아왔고,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령이지만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가스파리니를 믿었다.

올 시즌 가스파리니의 모습은 퐁당퐁당이다. 잘 풀리는 날에는 위력을 뽐내지만 슬럼프에 빠지면 단 자릿수 득점에 그치는 모습도 빈번하다. 특유의 강한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던 모습도 예전만큼 자주 보기 힘들다. 공격성공률은 48.44%로 크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승부처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도 “시즌 내내 가스파리니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근력 회복도 예전같지 않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가스파리니의 식습관에 의문부호가 따른다.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채식주의자 변신을 선언했다. 채소만 먹는 완전한 채식까지는 아니지만 유제품, 생선 등 해산물만 먹을 뿐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근력 회복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원인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에 올랐을 정도다. 가스파리니가 활약했을 때는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부진이 길어지자 식습관까지 염려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

박기원 감독은 선수의 식습관을 존중한다는 의견이다. “아무리 감독이라도 선수의 개인적인 영역을 터치할 수 없다. 고기를 먹지 않았을 때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본인이 꼼꼼히 체크했을 것이다. 실제로 다른 종류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있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다만 노쇠화 징후를 보이는 그를 위해 체력 안배를 해주는 식으로 변화를 택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운영법에 손을 댄 것이다. 29일 OK저축은행전에서 2세트 중반까지 침묵한 가스파리니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2세트까지 4득점에 그쳤던 그는 벤치에서 자극을 받고 3~4세트에만 16득점을 몰아치며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했다.

박 감독은 “안 되면 가스파리니라도 빼야한다. 본인이 자극을 받고 3세트부터 기대하던 모습을 보여줬다”며 “가스파리니가 부진하면 정지석 등 레프트 부담이 커진다. 오늘처럼만 해주면 공격 루트 다양화를 위해서도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점차 지쳐가는 가스파리니를 위해 박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어쩌면 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보탬이 되는 선택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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