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막내 조정호 메리츠 회장…나홀로 독주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30일 0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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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수송업으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목표로 한진그룹을 일궈낸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이 2002년 11월 타계했다.

이후 조중훈 회장의 4남 1녀 가운데 장남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그룹(항공업),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그룹(조선업), 3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해운업),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금융업) 등으로 2005년 공식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

한진가(家)의 막내 조정호 회장은 당시 그룹 내 가장 작은 계열사를 물려받았지만 현재 나홀로 ‘알짜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큰형은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재판 절차를 밟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의 경영권 공격까지 받고 있다. 또 경영정상화 작업 중인 한진중공업, 2017년 사라진 한진해운 등과도 대비돼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계열사 가운데 작년에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린 메리츠종금증권은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2년 연속 다시 썼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순이익이 433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1% 증가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특히 순이익은 2017년에 3552억원을 기록, 창사 아래 최고치를 달성한 데 이어 작년에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5년 전인 2013년(516억원)에 비해서는 순이익이 8배 이상 불었다. 자기자본은 3조4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67배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을 포함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산총계는 2011년 출범 당시 12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52조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6349억원)이 전년 동기에 비해 11.8% 줄었다. 또 동일 기간에 575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도 부진하지만 한진그룹과 조양호 일가를 향한 눈총도 따갑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으며 조 회장은 현재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했으며 연초에는 한진의 2대 주주 지위도 획득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일가가 지분율에서 유리하지만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 불분명함에 따라 조 회장 일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는 후문이다.

조남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중공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장기침체로 2016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2500억원을 수혈받은 후 3년간 보유 부동산과 자회사 등을 매각하는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15년 1500억원 영업손실을 본 후 올해까지 간신히 3개년 연속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초에 동전주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해외 자회사 ‘필리핀 수비크조선소’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다는 소식에 지난 10일 장중에 주가가 877원까지 떨어지며 2007년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 위태로운 모습이다.

3남 故 조수호 회장이 물려받았던 한진해운은 한진가의 계열사 중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 선고를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진해운은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시련을 겪기 시작했다. 2007년 부인 최은영 회장이 1년 뒤인 2007년 남편을 이어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으나 해운업황 악화로 경영난을 겪었다. 이에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한진그룹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경영정상화를 꾀했으나 2016년 9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은영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회사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5년 한진그룹 계열 분리 당시 가장 작은 계열사를 물려받았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형제들 가운데 회사를 가장 비약적으로 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정호 회장의 인재 중심 경영,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 수평적 기업문화 조성 등이 뒷받침됐다”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조양호 회장이 KCGI 공격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자문사로 메리츠종금증권이 아닌 삼성증권을 선정한 것도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 분리를 했지만 혈육 관계임에 따라 메리츠 측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겠지만 KCGI 사태와 관련해 양측의 교류는 없어 보인다”며 “부암장 소송 사건 등에서 보다시피 조양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 사이는 법정 공방 등으로 감정의 골이 여전히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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