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박세혁에게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30일 07시 30분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주전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올 시즌 그에게는 당분간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주전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올 시즌 그에게는 당분간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스포츠동아DB
2018년 12월11일.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양의지(32)가 두산 베어스에서 NC 다이노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날이다.

양의지는 두산 김태형 감독이 “팀에 20승을 더할 수 있는 포수”라고 밝힌 대체불가 전력이었다. 투수들은 물론 야수들의 위치 하나하나까지 조율해야 하는 포수의 중요성은 몇 번을 설명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양의지는 수준급 공격력까지 지녔다. 양의지 영입을 고민했던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양의지는) 포수로서 능력뿐만 아니라 타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했다. 그만큼 두산에서 차지한 비중도 엄청났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해 두 차레 우승을 거머쥔 비결 중 하나가 양의지의 존재였다.

그랬던 양의지가 떠났다. 치명타다. 그러나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재빠르게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 아직 풀타임 주전 경험은 없지만, 박세혁은 양의지가 떠난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다. 타 구단에서 수 차례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웬만한 팀에서는 부동의 주전 포수로 올라설 수 있다고 평가받은 박세혁이다. 이제 그가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묵묵히 홈플레이트를 지키던 양의지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안정감이다. 그러다 보니 두산 팬들이 포수를 평가하는 기준점은 높을 수밖에 없다. 엄청나게 올라간 눈높이를 견뎌내는 것은 박세혁이 견뎌야 할 몫이다. 물론 2019시즌의 운명을 예견할 수는 없다. 박세혁이 양의지를 넘어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성장할 수도 있고, 그림자를 지워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럴수록 따뜻한 시선으로 박세혁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양의지의 백업으로 간간이 안방을 지키던 것과 풀타임 주전 포수는 무게감 자체가 천양지차다. 그러나 기대할 만한 요소는 분명히 있다. 박세혁은 확고한 포수론을 지닌 선수다. 동료 투수의 장점과 특성을 파악하고, 상대 타자의 컨디션을 간파해 볼 배합을 바꾸는 여유도 생겼다. 김 감독이 자신 있게 인정한 부분이다. 공격에도 재능이 있다. 2018시즌 우익수로 10경기(47이닝)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본인도 지금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비활동기간에도 쉬지 않고 구슬땀을 흘린 이유다. 지난 5일부터는 괌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베테랑 포수 아베 신노스케와 합동훈련을 했다. 둘은 우투좌타 포수이자 2019시즌을 통해 기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베도 지금은 제1의 포수가 아닌, 10살 터울의 고바야시 세이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 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아베는 “한국의 젊은 선수(박세혁)와 함께해 큰 자극이 됐다”고 했고, 박세혁도 아베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는 당장이 아닌, 미래를 내다봤을 때도 긍정적인 요소다. 달라진 입지만큼 한 단계 성장한 박세혁의 2019시즌을 지켜보자.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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