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文대통령, 김현철 사표 즉각 수리 배경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9일 20시 30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제출한 사표를 바로 수리한 것은 대치 국면에 있는 국회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으로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보좌관을 직접 만나 김 보좌관이 오전에 표명한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오래두고 쓰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김 보좌관은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상징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실언성 발언에 대한 단순 경질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통령에게 정무적 부담을 계속 지울 수 없다는 김 보좌관의 선택을 문 대통령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변인이 사표 수리 배경에 대해 “김 보좌관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 대치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보좌관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이 워낙 강했다”며 “참모라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도리라는 게 김 보좌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이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을 계기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 나서면서 정국이 얼어붙은 상황에 자신의 실수까지 더해지며 문 대통령이 국정동력을 잃을 것을 우려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 보좌관은 이날 오전 일찍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스스로 거취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점검회의와 대통령 참석 경제관련 행사를 모두 거른 채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꾸로 올해 초 참모들에게 엄중한 사명감과 책임감, 긴장감과 도덕성을 주문했던 문 대통령이 김 보좌관의 실수를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해이해진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빠른 결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우리가 가졌던 초심, 촛불 민심을 받들기 위해 청와대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엄중한 사명감과 책임감, 긴장감과 도덕성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아울러 김 보좌관의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면서 현 정부도 이전 보수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의 확산을 그대로 놔두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국가)으로 가라”, “국내에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 국가를 보면 ‘해피조선’”이라는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헬조선’은 문 대통령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단어다. 김 보좌관이 야당에 ‘내로남불’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인식을 했을 수 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중동과 아세안의 차이는 무엇이냐”면서 “이번 건뿐 아니라 최근 손혜원·서영교 의원 사건 모두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