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북한에 다녀올 수 있어야”
현직 대통령 첫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빈소 조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위안부 피해자 고(故)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조문하고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후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와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등과 면담했다.
현직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빈소를 조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김복동 할머니가 수술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 하나로 버티셨다”라며 “아흔넷 나이에 온몸에 암이 퍼졌는데도 9월 오사카를 다녀오고 수요집회도 다녀오시는 등 정신력으로 버티셨다. 의료진이 다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님하고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를 계속 도와달라”고 말했으며 “나쁜 일본”이라고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할머니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빨리 와야 한다, 오면 금으로 된 오장을 만들어 주겠다.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그 금도장으로 통일문서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스물세분 남으셨죠. 한 분 한 분 다 떠나가고 계신다”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길 할머니를 챙겼다.
문 대통령이 평양 서성리 76번지가 고향인 길 할머니에게 ‘평양에 가 보셨나’라고 묻자 길 할머니는 “차로 지나가 봤는데 예전에 있던 게 없대요”라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니 고향은 흥남이다. 저는 남쪽에서 태어나 고향에 대한 절실함이 덜 하지만 흥남출신들은 모여서 고향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는 제가 그 모임에 가고는 했는데 모일 때마다 흥남 출신 신부님이 어디선가 함흥, 흥남 최신판 지도를 가지고 오셨다”며 “여기는 아파트단지고 여기는 어디고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도를 둘러싸고 함께 봤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산가족들이 한꺼번에 다 갈 수는 없더라도 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며 “고향은 안 되더라도 평양 금강산 흥남 등을 가면서 반소원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길 할머니에게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가 “늙은이가 오래 살면 병이고 젊은이가 오래 살아야 행복이지”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함께 오래 살면 되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게 많으니 어르신들이 이끌어주셔야죠”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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