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700% 성과급’ 생산직 뺀 사무직만 주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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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9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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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사무직 전체에 “설날 전까지 1500% 지급” 통지
생산·사무직 모두 “차별 지급 반대”…생산직은 재협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 /뉴스1 © News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 /뉴스1 © News1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노사 협상으로 마련한 임금·단체 협상 잠정합의안이 ‘생산직’ 노동조합 투표에서 부결되자 사측에서 사무직 근로자에게만 성과급을 우선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생산직 노조와 사무직 노조는 “교섭권이 없는 사무직에 일방적으로 성과급 지급을 밀어부쳐 ‘노노갈등’을 부추기려는 이간질”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오후 기술사무직 전 직원에게 개인 메일을 통해 “2018년 경영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기술사무직 근로자들만 오는 30일에 이익분배금(PS) 1000%, 특별기여금 500%는 2월 1일에 받는다는 내용이다.

기존에 지급된 생산격려금(PI) 200%를 제외한 1500%를 생산직들은 당분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직군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여부가 엇갈렸다.

이는 SK하이닉스의 노조가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각각 한국노총 산하 개별노조가 있다. 노조 규모는 이천 사업장 7200여명, 청주가 5000여명으로 생산직만 가입할 수 있다. 이들 2개 노조는 모두 전임자를 두고 활동하고 있지만, 이천 노조가 생산직을 대표해 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교섭권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의 사무직 노조는 만들어진 지 1년이 채 안된다. 지난해 9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산하에 기술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SK하이닉스 지회’가 설립됐다.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4급(대졸자 신입) 이상 기술사무직 중심 노조로 노조가 이제 막 생겨난 단계라 이번 임단협에서는 사실상 배제돼 있었다.

교섭권을 가진 이천 생산직 노조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측과 특별성과급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SK하이닉스 노조의 임단협은 10~11월에 마무리돼 해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는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은 사상최대 ‘특별성과급’ 지급 유무와 관련한 협상 등이 지지부진하면서 연내에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의 분기 경영 실적 추이(2016년 4분기~2018년 4분기) © News1
SK하이닉스의 분기 경영 실적 추이(2016년 4분기~2018년 4분기) © News1
그러던 와중에 SK하이닉스가 2018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 지난 24일 기준급(기본급)의 17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달성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지급 규모 1600%보다 100%포인트 오른 1700%(PS 1000%+특별상여 500%+PI 200%)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4.3%, 51.9%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이를 고려한 성과급 지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기대보다 성과급 규모가 적어서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성장폭에 비해 성과급 증가폭이 낮다는 주장이다. 올해부터 IT 시장의 전반적 수요 둔화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언제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 28일 이천·청주 노동조합이 개최한 긴급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과반의 찬성 실패로 부결됐다. 노조 투표에서 임단협이 부결되면서 지난해 임금 인상률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 지급도 미뤄진 것이다.

SK하이닉스 사측은 생산직 노조 투표에서 노사 합의안이 부결됐음에도 기술사무직 근로자에게만 1500%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제 막 생겨난 사무직 노조는 사실상 이번 협상에서 배제돼 있었고, 교섭권도 없었던 만큼 사측에서 정한 임금인상률에 따른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무직 노조는 이에 대해 “일방적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무직 노조 관계자는 “교섭권이 없어 임단협에서 배제된 사무직에만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사무직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사측이 현 노조 구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생산직과 사무직 노조 모두 사측이 ‘노노갈등’을 조장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사측이 사무직에는 PI 200%를 제외한 1500%를 지급하며 총액 1700%를 주기로 해놓고선, 재협상을 벌인 생산직 근로자에게는 이보다 적거나 혹은 많이 줄 경우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간 갈등은 불보듯 뻔하다. 아울러 생산직 노조와의 재협상 과정에서 “사무직과 차별할 수 없어 성과급을 더 주기 어렵다”면서 압박용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SK하이닉스 사무소/뉴스1 © News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SK하이닉스 사무소/뉴스1 © News1

더구나 SK하이닉스 사측은 ‘성과급은 노조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긋기를 하고 있다. 이는 곧 ‘성과급은 우리는 이 선에서 지급하지만 본인들이 거부하는데 어찌 하겠느냐. 우리는 지급하고 싶지만 본인들이 받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할 수 있다.

이날 오전 이천 생산직 노조는 사측에 “사무직에만 일방적인 성과급 지급 결정을 중단하라”는 공문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사무직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가 예상보다 적었던 점에 실망한 것도 있지만 해를 넘긴 임단협 과정에서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사측의 태도가 더욱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사무직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며, 생산직 노조와는 부결된 임단협에 대한 재협상에 조만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날 부결된 임단협과 관련해 노조와 다시 성실하게 재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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