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예타면제’ 논란…“제2의 4대강 vs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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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9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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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수도권 제외 지자체 23개 사업 예타 면제 결정
“사업성 있다면 예타 성적도 좋을 것…文정부도 토건정부 자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29/뉴스1 © News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29/뉴스1 © News1
경제성이 없어 지지부진하던 지방의 대규모 토목사업에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과 경제활력 제고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하지만 지역별 나눠먹기식 예산 투입은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예타가 경제성만 따지다 보니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 재정지원이 집중되는 ‘승자 독식’이 생겼고, 이번 조치는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신의 한수’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의결하고 17개 시·도에서 신청한 총 32개 사업(68조7000억원) 중 23개 사업(24조1000억원)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이 예상보다 규모가 작은 20조원대로 발표됐다. 하지만 2014~2018년 5년간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이 4조733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배에 달하는 대규모다.

지역별 면제 사업 규모는 영남권이 8조2000억원, 호남권 2조5000억원, 충청권 3조9000억원이다. 강원과 제주 지역의 예타 면제 사업은 각각 9000억원, 4000억원 규모다. 북한 접경지역에도 남북평화도로 건설 등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표적인 예타 면제 사업으로는 서부경남KTX로 불리는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4조7000억원)과 충북선 고속화(1조5000억원),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8000억원) 등이 있다.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가 심화하는 데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는 예타 통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들며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으로만 인구와 자본이 쏠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타 면제 선정 기준에 있어서 지역균형 발전 효과와 사업계획의 구체성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은 예타 조사 통과가 어려워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사람이 모여들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반드시 국가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추진된 국가 주도 토건사업이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면 굳이 예타를 면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것은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지 않게 미리 사업의 경제성이나 사회적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라며 “이걸 면제해준다는 것은 아무 사업이나 하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예산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자체들의 (예타면제를 신청한) 사업들이 정말 해야 할 사업이라면 예타에서도 점수가 높게 나올 것”이라며 “예타는 단순히 경제성만 보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보는데 그걸 거치지 않고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을 외쳤지만 결국 과거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것 없는 토건 정부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며 “예타 조사에도 지역균형발전 기준이 충분히 들어있다. 이걸 무시하면서까지 한다면 모든 지역 사업 중에 못 할 것이 없다.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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