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우려에 세입자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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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금 13주 연속 하락세
새 세입자 없어 보증금 못 받아… 반환보증 사고 작년 10배로 껑충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분쟁조정委도 안될땐 소송 가능
반환보증보험 가입으로 대비를


서울 은평구에 사는 30대 조모 씨는 최근 전세금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다음 달 말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텨서다. 새로 이사 갈 전셋집은 구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잔금을 치를 수 없는 형편이다. 따로 돈을 융통해 새 집 전세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기존 전세금 3억5000만 원을 떼일까 봐 예정대로 이사를 해도 될지 고민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금 하락세가 길어지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보다 전세금이 하락하거나 입주물량 증가로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2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전주에 비해 0.14% 내렸다. 지난해 10월 29일(―0.01%) 하락세로 돌아선 뒤 13주 연속 하락세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금은 2017년 11월 27일 이후 약 1년 2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전세시장이 불안해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5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로 전세금이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세보증금을 둘러싼 갈등도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발생 건수는 372건으로 2017년(33건)의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금액으로 따져도 74억 원에서 792억 원으로 늘었다. 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임차인이 법원에 아파트 강제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221건이었다. 2017년 141건보다 약 57% 증가한 수치다.

계약 만기가 지나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관할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신청하면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기재된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간 뒤 새 임차인이 들어와도 기존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력을 인정받는다. 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최재석 주택분쟁조정위 상임조정위원은 “소송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전세금 반환 소송을 통해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후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니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HUG나 SGI서울보증에서 제공하는 상품으로 시중은행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전세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어야 하고, 전세보증금 한도(수도권 7억 원 이하)를 넘지 않는 등 가입 조건에 맞아야 한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8만9350건으로 전년(4만3918건) 대비 크게 증가했다.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을 통해 해당 주택에 근저당 설정이 있는지 등 집주인의 담보대출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출을 낀 주택이라면 주택 시세에서 대출금액을 뺀 금액이 보증금보다 너무 적은 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보통 계약 전에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데 잔금을 치르기 직전까지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세입자의 대항력은 잔금을 치르고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해서 직전에 받은 담보대출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깡통전세#전세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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