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예타 면제에 들뜬 지자체…선심정책·후폭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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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8일 2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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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효과에 문 대통령·이 총리도 예타면제 언급
지자체 편 가르기·핵심사업 소외 가능성도 우려도 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국경제투어로 대전을 방문,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국경제투어로 대전을 방문,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대상사업 발표를 하루 앞두고 지자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탈락지역의 반발과 선심성 정책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해 면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을 예상하는 신규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오는 29일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한다. 현재까지 집계된 예타 면제 신청은 17개 시·도에서 총 33건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을 비롯해 강화-영종 평화고속도로 건설, 신분당선 수원-호매실 구간 연장, KTX 세종역 설치 등이 들어있다.

지자체에선 예타 면제를 학수고대하며 사실상 사활을 걸고 있다. GTX-B의 경우 박남춘 인천시장이 직접 국회와 청와대를 방문해 예타 면제를 건의하기도 했다. 예타 면제를 건의한 지자체의 지역구 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물밑지원을 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 사활 건 지자체…문 대통령·이 총리도 예타 거론

지자체가 이처럼 예타 면제를 학수고대하는 것은 지역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해서다. 예타 조사는 최소 6개월에서 평균 15개월이 걸린다. 예타를 면제받으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사업의 조기 착수로 지역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역 민심이 중요한 선출직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에겐 매력적인 소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지역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월하게 통과하지만,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사업(8000억원),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사업(8013억원), 충남 석문국가산단 인입철도 사업, 충북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1조4500억원)의 예타 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앞선 22일 전남 목포를 방문해 “(전남의) 남해안 관광지구 조성사업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정부가 예타 면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방책이란 얘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 ‘71조’ 예타사업 탈락 지자체 반발 등 우려

문제는 예타 면제 사업에 투입할 정부 재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개 시·도의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면 총 61조원의 재원이 든다고 본다. 지자체별로 사업 금액이 가장 큰 사업 1건씩만 예타 면제를 지정해도 그 규모가 41조5169억원에 달한다. 시도별로 규모가 가장 작은 사업들로만 선정하면 19조7047억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후 현재까지 29조5927억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했다. 이번에 42조원 정도만 더해지더라도 이명박 정부(60조3109억원), 박근혜정부(23조6169억원), 노무현정부(1조9075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타 면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현 정부의 토건 사업 의존도가 높아진다”며 “정부는 지자체별 예타 면제를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예산 낭비의 책임과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신청 사업에 밀려 정작 중요한 정책사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요청한 평택-오송 복복선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대표적이다. 평택~오송 고속철도 45.7㎞ 구간의 지하에 복선 고속철도를 하나 더 만들어 병목을 해소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3조1000억원 규모다. 병목을 해소하면 수도권과 지역 간의 고속철도 연결은 원활해지지만, 노선이 지나가는 지자체엔 실익이 별로 없어 정부 안팎에선 예타 면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예타제도 개선 대신 단발성 면제에 집중하면서 발표 후에도 지자체 간 편 가르기 우려가 커졌다”며 “선심 정책의 오해를 막기 위한 현명한 차선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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