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검찰, ‘MB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부실수사”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8일 10시 02분


코멘트
이명박정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당시 검찰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에 정치 권력을 보호하는 결과가 초래했다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1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이명박정부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심의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6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블로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 전 대표 등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생기면 불거졌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윗선 개입을 확인하지 못 해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과거사위는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검찰이 정치 권력의 눈치를 봐 늑장·축소 수사를 했다고 의심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은 관련 사건 담당 검사 및 당시 검찰 지휘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진술 조사 및 당시 재판 기록과 국회 회의록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먼저 과거사위는 당시 청와대 측이 김 전 대표를 기소하도록 수사기관에 위법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3월 이전에 있었던 일이었기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또한 청와대 측이 법령상 허용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아 이후로도 민간인 불법 사찰이 계속되는 결과가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검찰이 청와대 공직윤리지원관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 또한 시기가 지연됐다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그러나 양측이 압수수색 시기 등을 조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진상규명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검찰이 1차 수사 당시 피의자들이 사용한 대포폰 및 통화기록 등에 대해 매우 부실하게 수사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윗선의 범행 가담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갖고, 마땅히 했어야 할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2차 수사 과정에서도 핵심 피의자에 대한 체포가 늦어진 점, 민간인 사찰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USB(이동식 저장장치) 등 증거가 수사팀 외부로 유출된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2차 수사 당시 윗선 개입을 위한 직접적인 수사가 없어 수사가 미진했다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당시 수사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볼 정황은 없지만,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 등을 종합해 과거사위는 검찰이 김 전 대표 등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소극적인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불법을 자행하는 정치 권력을 보호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통해 국가권력에 대한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청와대 등 권력 기관의 불법 행위를 엄단하고, 소극적인 수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아울러 검찰 지휘부의 수사지휘권 행사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수사 검사가 이의를 제기할 절차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기록과 증거물 원본 등에 대한 기록관리제도의 보완도 함께 주문했다.

사건이 종결된 이후 새롭게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 후속 수사가 가능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USB 등 증거의 부적절한 사용 여부에 대한 감찰이나 수사도 필요하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사건이 장기간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