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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연욱]‘5시간 30분’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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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연욱]‘5시간 30분’ 단식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19-01-28 03:00수정 2019-0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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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투쟁을 많이 해본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효소를 먹으라고 하더라. 안 그러면 뇌 손상이 오고,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단식 농성을 하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강 전 의원의 이 같은 단식 ‘훈수’를 소개했다. 강 전 의원은 2005년 쌀 협상 비준에 반대하며 21일간 단식을 하다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영양을 공급받은 뒤 다시 단식에 돌입해 총 29일간 단식했다. 단식 투쟁의 ‘대명사’였던 그도 단식 후유증에는 민감했던 모양이다.

▷지난해 5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이던 김성태 원내대표를 위로하면서 “나는 어릴 때 하도 굶어서 절대 단식은 못 해”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홍 전 대표는 2005년 11월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시절 혁신안 관철을 위해 단식도 불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나는 죽어도 안 굶는다”며 일축했다. 정치권의 단식 투쟁도 사람 나름인 것 같다.

▷청와대가 24일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은 2월 임시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며 릴레이 단식에 나섰다. 하지만 의원들이 조를 나눠 하루 두 차례 5시간 30분씩만 단식하기로 하자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에서 “이런 게 단식이냐. 개그다” “웰빙 단식 하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단식 용어가 조롱거리가 된 것은 유감”이라며 불끄기에 나섰다.

▷정치권에는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더 중요하다’라는 얘기가 있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를 전달하는 태도와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역풍이 분다는 뜻이다. 당 지도부는 “지금이 의원들이 가장 바쁠 때”라며 ‘5시간 30분’ 단식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점심을 낮 12시, 저녁을 오후 7시에 먹어도 6시간 정도 비는데 5시간 30분에 단식이란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뒤늦게 논란을 의식한 한국당은 ‘릴레이 단식 농성’ 명칭에서 단식이란 표현을 뺐다. 여권의 지지율이 꺾이는데도 한국당이 그 반사이익을 못 챙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당의 웰빙 체질, 참 안 바뀐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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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투쟁#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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