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트럼프, 백전노장 펠로시에 굴욕적 패배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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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셧다운 해제-後 장벽 논의’ 수용… NYT “트럼프, 새 협상의 기술 필요”
트럼프 “국경장벽 반드시 건설할 것”, 참모들에 비상사태 초안 마련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장 굴욕적이고 아픈 패배.”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5일까지 무려 35일간의 최장기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를 끝내고 3주간 임시 휴전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언론이 25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줄곧 주장해 온 57억 달러(약 6조3897억 원)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얻지 못한 채 ‘선(先) 셧다운 해제, 후(後) 국경장벽 논의’라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안을 받아들였다. 다음 달 15일까지 3주간 논의를 계속하겠다고는 했지만 ‘협상가’ 체면을 구긴 셈이다.

미 언론은 34%까지 떨어진 지지율, 악화되는 여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제 손실, 월급을 받지 못한 공무원들의 불만 증폭 등을 셧다운 해제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민주당의 강한 반대와 견제’라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이달 3일 ‘강성’ 펠로시가 하원의장에 취임하면서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 약화가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펠로시처럼 권력의 정점에서 이를 휘두르는 ‘센’ 여성을 대적해 본 적이 없다”고도 풀이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여성에게 ‘못생긴 말상(horse-face) 얼굴’ 등 인신공격성 발언만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비슷한 연배에 워싱턴 정치 경력은 훨씬 선배인 노회한 펠로시 의장을 잘 다루지 못했다는 의미다. NYT는 “펠로시와 대적하려면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셧다운 패배보다 더 큰 문제는 시시각각 목을 죄어 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다. 2016년 대선 당시 그의 비선 참모였던 최측근 로저 스톤은 이날 전격 체포됐다 하루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시작부터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러시아 측과 직접 만남,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최소 100차례 접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민주당에 항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맞서 건설한 장벽 동영상을 올리고 “국경장벽을 반드시 건설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조했다.

3주 안에 민주당과의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 그가 대통령 권한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참모들에게 국가비상사태 초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lee@donga.com
#트럼프#백전노장 펠로시에 굴욕적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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