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계기 갈등’에 침묵하는 美,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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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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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장 표명 자제…“한미 논의는 있었다”
방위비 협상 지렛대 사용?…“비현실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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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초계기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일간 해결돼야할 사안이라는 우리 정부 입장과 달리 일본은 적극적으로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언급을 자제하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중국 등과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의 균열 가능성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측은 지난해 12월20일 한일간 초계기 갈등이 처음 촉발한 이래 27일까지 5주째 이 문제와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다.

2013년 센카쿠 열도(중국명:댜오위댜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중일간 레이더 갈등 당시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이 우려의 뜻을 표시하면서 목소리를 냈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살바토르 안게렐라 주일미군사령관은 일본이 중국 함정이 자위대 함정을 조준했다고 주장하자 “위협이 될 수 있는 도발적 행위”라면서 중국을 비난한 바 있다. 이같은 중일간 갈등은 계속된 공방 끝에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됐다.

일본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초계기 관련 한일간 실무 회의에서 최대 쟁점인 레이더 주파수 공개 문제와 관련 미국을 제3자로 참여시키자고 주장하는 등 그간 적극적으로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 16일 미국을 방문한 이와야 타케시 일본 방위상도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 장관 대행과 만나 한일 레이더 갈등의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안에 평화헌법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해 국민투표에 부칠 계획을 갖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가 군사력 강화에 대한 여론 결집을 위해 판을 키우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대화 국면에서 그간 안보 불안을 자극하는 용도로 활용해왔던 ‘북한’ 카드가 여의치 않자 위안부 재단 해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과 관련 일본 보수층 내에 높아지고 있는 반한 감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 일본의 의도를 간파하고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그간 한일간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서도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교착에 빠진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초계기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한미 동맹을 위협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아온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기 위해 어떤 카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진단에 기반한 주장이다.

초계기 갈등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제스처를 통해 한국을 압박해 분담률 두자릿수 인상이라는 목표를 관철시키면 내년 예정인 일본과의 방위비 협상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한미 동맹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으로 “현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재역을 맡고 있는 섣불리 누구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도 전혀 실익이 없어 보인다.

실제 그간 한일간 초계기 갈등과 관련 한미간 의견 교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한미간) 논의는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에 큰 차이가 없어 쉽사리 한쪽 편을 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은 당사자인 한일간 잘 풀어가야 하는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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