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아시안컵 8강 탈락 벤투 사단의 문제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7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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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펼쳐진 대회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했다. 한국이 대회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4년 이후 15년만이다. 점유율 축구를 표방한 파울로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은 결국 효율성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게다가 계속된 부상자 발생도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대회 전반을 돌아본다.

●태세전환의 실패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지난해 열린 평가전에서 6경기 3승3무로 호성적을 거뒀다. 우루과이를 2-1로 격파하는 등 강호들과의 대결도 무난하게 치러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볼 점유가 잘 됐고, 골도 시원하게 터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한국을 만나는 상대팀은 수비적인 전술을 선택했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3차전 중국과의 경기를 제외한 4경기에서 답답함이 지속됐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대로 볼 점유는 잘됐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많은 슈팅수를 기록하고도 1골에 그친 경기가 2차례, 카타르전은 높은 점유율에도 유효 슛은 2개였고, 무득점이었다. 대표팀 한 선수는 “지난해 평가전에 만난 상대는 다 맞불을 놓았다. 우리가 빌드-업도 하고, 역습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만난 팀들은 하나 같이 수비적으로 했다. 우리가 주도하고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조금은 다르지 않았나 싶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부상자 발생과 구멍 난 지원시스템

대표팀은 지난 12월 울산 전지훈련에서부터 아시안컵을 준비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제외됐지만 한중일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심으로 모였다. 그런데 이 때부터 정상훈련은 불가능했다. 부상자들이 많았다. 그 여파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2차 전지훈련으로 번졌다.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 전원이 훈련하는 날이 극히 드물었다. 대회가 시작 된 이후에도 기성용(30·뉴캐슬), 이재성(27·홀슈타인 힐), 황희찬(23·함부르크) 등 계속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기를 뛰어 다치면 코칭스태프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부상을 입었던 선수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빠르게 만들어내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게다가 아시안컵 개막 전후로 계약 문제로 의무팀에서 이탈자가 발생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 계약의 관행도 문제였지만 의무팀 스태프의 소명의식도 부족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지원스태프 문제가 터졌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였다.

●너무 고집스러웠던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은 이번에도 4-2-3-1을 고수했다. 공격 강화가 필요할 경우에 간혹 두 톱을 내세웠고,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을 공격 2선으로 전진 배치하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를 활용한 시간은 짧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27·토트넘)을 UAE 도착 이틀 만에 중국전에 투입했고,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한 베스트11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왼쪽 풀백만 자주 바꿨을 뿐이다. 벤투 감독은 “감독이면 누구나 최상의 선수를 경기에 투입하고 싶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고수하면서 더 나은 득점력을 선보이겠다”라고 늘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고집스러움이 대표팀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선수들은 상대 밀집수비에 대한 대응 부족에 아쉬움을 드러냈고, 8강전 직후 손흥민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하나같이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변함없이 신뢰를 드러냈다.

벤투 감독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의 말대로 높은 점유율을 어떻게 효율로 연결할 것인지, 유럽의 강호가 아닌 아시아 팀들을 상대할 때는 어떤 전략과 전술을 들고 나올지에 대한 고민이다. 고집이 아집으로 바뀔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두바이(UAE)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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