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불안에 ‘이방인’ 혐오 온라인 창궐…“잘못된 비난”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7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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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 문제다.”, “이래서 난민이나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를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 “제발 쫓아내라.”

최근 홍역이 기승을 부리면서 온라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혐오도 덩달아 고개를 들고 있다. 홍역이 선진국에서는 자취를 감춘 일명 ‘후진국병’으로 분류된다는 게 그 근거다. 이 같은 이유만으로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한국에 발도 못 들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포털사이트의 홍역 관련 기사에는 “홍역이 생긴 이유는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서 그런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같은 못 사는 나라(사람들)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는다”는 댓글(네이버 아이디 ims*****)이 달렸고, 이 댓글에 공감을 누룬 사람만 전날 기준 1200여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 수입 때문에 후진국 병이 자꾸 들어온다”(네이버 아이디 fds*****), “전염병의 주범인 외노자, 불체자 다 내쫓아라”(트위터 아이디 @The_tr*******) 등의 댓글이 달렸다.

날로 기세를 더하는 미세먼지에도 같은 반응이 눈에 띤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이 거론되자 온라인에서는 “서울에 조선족이 많이 들어와 오염되고 있다”(트위터 아이디 @tez******), “(중국인들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인간들이다(네이버 카페 닉네임 ‘초보조***’) 등의 혐오성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젊은 여성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몰아 마녀사냥을 하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당시 이 내용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로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가 탄생하기도 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특정 집단을 향해 칼날을 겨누는 세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홍역이 실제로 후진국병이어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진짜 중국이라고 해도 국내 소수자이자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나 중국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약자를 향한 공격성을 드러낼 기회를 노리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탓을 돌리는 것“이라며 ”꼭 외국인이나 여성이 아니라도 나보다 약한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권력지향적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뿐 아니라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등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주류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굉장히 좁고 한정됐다“며 ”타자를 포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근거 없이 남에게 화살을 돌리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폭력적인 사회에서 무엇이라도 원인을 찾아내 비난하고 싶은 울분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 같다“며 ”충분한 근거나 확인 절차 없이 원인제공자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의식적인 냉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 교수는 ”한 번 화를 내면 더 강한 감정이 올라오게 된다“며 ”문제의 원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자신 만의 감정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를 다잡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성과 냉랭함을 가져야 한다“며 ”남에게 너무 동조하지 않는 ‘쿨한’ 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 교수는 ”이같은 분위기에 개개인이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이나 언행을 스스로 점검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약자에게 차별적 언행을 하지 않도록 학교에서부터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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