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측정단위 주파수는 미래의 약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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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세계 어디에서든 매일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을 깨고, 출근길에 뉴스를 검색하며 소셜 네트워크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된 때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통화하기 위해서는 로밍폰으로 교체해야 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전원만 껐다 켜면 자동으로 로밍이 된다. 아마도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보던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로봇이 골라주는 옷을 입을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미래는 어떻게 가능해지는 걸까?

그것은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와 전파의 측정 단위인 주파수에 대한 약속을 만들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차량에 비유한다면 전파는 무선통신을 위한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 도로가 잘 구축되어 있어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한 것처럼, 세계 어디에서건 어떤 서비스에 어떤 주파수를 사용할지 약속되어 있다면 빠르고 안전한 무선통신을 즐길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편의는 세계 각국이 약속한대로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고 끊임없이 수집·축적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분석·활용하는 지능화 시대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주파수에 대한 약속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많은 국가의 정부와 전문가들은 수년간 모여 어떤 전파를 어떤 서비스에 쓸지, 스마트폰과 통신망에는 어떤 표준 기술을 적용할지 등에 대한 약속을 만들고 지켜왔다. 그 약속을 만들기 위해 193개국 3000여 명의 전파 전문가들이 4년마다 모여 약 한 달간 긴 회의를 하는데 이 회의가 바로 전파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이다.

WRC는 지난 100여 년간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최고의결회의로서 국제 주파수 분배표를 만들고 서로 다른 서비스 간 보호조건을 규정하는 등 전파와 관련된 중요한 규정을 만들어 왔다. WRC에서 논의된 결과는 곧바로 전 세계 ICT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많은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정책을 반영하기 위하여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WRC는 소리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특히 올 10월에 이집트에서 개최되는 WRC-19에는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5G 서비스의 확산 및 남북의 철도사업에 탄력을 줄 수 있는 의제 등 25개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라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1월 7∼12일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역기구(APT) 공동 입장을 모으는 APG-19 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 추가 분배 의제 등 우리나라에 유리한 정책을 APT의 공동입장으로 반영시켰다. 앞으로도 우리의 전략상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위해 산업계 등의 의견을 듣고자 하며 인접국가로서 우리나라 전파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국, 일본과도 WRC 사전에 접촉하여 의견을 조율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으로 WRC-19에서 5G 주파수 추가 분배 등의 의제가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결정된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이 쉬워지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전파 분야의 우리나라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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