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장사 가장 강도 주의”…이번엔 돈암동 발칵 뒤집은 괴담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6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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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경찰서 “관내에 접수된 사건 없어”…허위판명
최근 괴담 잇따라…“강력범죄에 대한 공포감 투영”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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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범죄 사례를 알려드리오니 입주민께서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게시판에 관리사무소장 명의의 공고문 한 장이 나붙었다. 승려 복장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비누냄새를 맡기를 권하는데, 이 냄새를 맡은 뒤 정신을 잃은 사람들의 집에서 금품을 훔쳐 간다는 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이같은 ‘신종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아파트 단지를 관할하는 서울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25일 “실제로 그런 사건이 접수된 적은 없다”며 “형사 활동을 하면서 그런 신고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만약에 (신고가) 오면 대응하라고 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관계자 역시 “입주민께서 다른 곳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보시고 저희에게 사진을 보내 주셨다”며 “그걸 보고 예방 차원에서 붙인 것이지 저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괴소문이 떠도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1년부터 유행하던 ‘건어물 괴담’이 대표적인 예다. 인신매매 조직이 행인에게 마취약을 주입한 건어물의 냄새를 맡게 하고 기절시킨 뒤 장기를 적출해 간다는 내용이다. 2016년 4월에는 이 괴담이 대전 중구의 한 건물에 ‘경찰청 긴급 알림’이라는 제목을 달고 게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경찰청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냄새를 맡고 기절하려면 엄청난 양을 계속 들이마셔야만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대전경찰에서는 이런 긴급알림 내용의 게시판을 부착한 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후로는 범죄 수법과 예방법에 대한 괴담이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꾸준히 전파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면 거액이 곧장 결제된다는 ‘자동결제 괴담’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친구로부터 이같은 메시지를 받아 지인들에게 전달했다는 김모씨(55·여)는 “(이런 범죄가) 방송에 나왔다고도 해서 주변 사람들을 조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와 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실제 사례도 없다”며 수차례 안심하라고 해명해 왔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일견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같은 괴소문이 꾸준히 확산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괴담이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과 불안감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주변인에게 적극 알리는 등 스스로 예방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회에서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범죄가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라며 “(괴담의 유행은) 범죄에 대한 공포와 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범죄를 예방하고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범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없애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경찰과 주민이 접촉하는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거나, 범죄에 대한 대책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안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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