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논의에 배제된 아마야구, “우리 목소리도 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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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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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소리도 조금은 들어 달라.”

신인드래프트는 프로 구단의 수년 뒤 농사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현행 1차지명 방식에서 프로 팀들이 연고지 학교에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드래프트 방식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아마추어 야구계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제도를 바꾸고 구단들의 예산 감축이 수반된다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아마야구계는 최근 한숨을 푹 내쉬기 바쁘다.

전면드래프트 도입 당시 고교팀 코치였던 지방 A고교 감독은 “제도 변경 후 연고지 프로팀의 지원이 대폭 줄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다시 1차지명 방식으로 바뀐 뒤에도 그 지원이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모든 예산은 한 번 줄이기는 쉬워도 그걸 늘리기는 몇 배 더 어렵다. 프로 팀들의 아마야구 지원 예산이라고 다르지 않다. 물론 지명방식을 얼마든지 바꾸더라도 구단들이 지원의 손길을 유지한다면 아마추어 야구 상황은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겪었던 손해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염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산 1~2억의 증감이 아니다. 제도 변경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다는 점이 아마야구 현장을 병들게 만든다. 2010시즌부터 전면드래프트가 시작됐고, 2014시즌부터 다시 현행 1차지명으로 돌아왔다. 당시 야구부 관계자들은 급진적 제도 변경과 구단의 지갑 닫기로 당장의 예산 부족에 허덕였다. 지방 B고교 관계자가 “당장 올해 예산안은 이미 짠 상황이다. 내년부터 드래프트 제도를 바꾸고 구단의 지원이 더 줄어든다면 돈을 융통할 수단이 없다”고 한숨을 쉬는 이유다. 2020시즌 1차지명 유력 후보로 꼽히는 서울권 C 선수 역시 “물론 고교 선수라면 지명 받는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명방식에 대한 변경 논란이 거듭 이어지면서 신경이 쓰이긴 한다”고 토로했다.

지방 D구단 관계자는 전면드래프트 시절 아마야구 지도자로 현장을 누볐다. 현재 프로팀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전면드래프트와 구단의 지원금 축소로 겪은 고통을 기억하는 인물이다. 그는 “구단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니 지명방식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마추어 야구계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돼있다. ‘그들의 요청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 당사자 중 한 명의 의견 정도는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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