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삼성의 미래’ 양창섭, 8년 전 ‘착한 답변’을 떠올리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4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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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창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양창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저는 야구선수를 하고 싶은 5학년 학생입니다. 지금 5학년인데 야구는 늦지 않았을지 궁금합니다. 키는 150㎝, 몸무게는 43㎏, 달리기는 빠른 편이고 야구는 잘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포지션도 알려주세요.’

2010년 8월21일. 녹천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어린이가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에 올린 글이다.

호기심 많던 소년은 이날 바로 답변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늦지 않았다’, ‘캐치볼을 아주 많이 하라’, ‘달리기가 빠르다고 하는데, 외야수 중에서도 우익수는 어깨가 아주 좋아야 한다. 추천하고 싶은 포지션은 중견수다. 어깨도 좋아야 하지만, 달리기도 빨라야 하고, 수비 센스도 좋아야 한다’ 등의 조언을 건넸다. ‘유명한 야구선수가 돼라’는 응원도 빼놓지 않았다.

이 답변은 당연히 질문자의 채택을 받았다.

이에 용기를 얻은 소년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렸고, 8년 뒤인 2018시즌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번)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았다. 포지션은 답변자에게 추천받은 중견수가 아닌, 투수였다. 삼성 마운드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양창섭(20)이 그 주인공이다.

양창섭의 과거 행적은 야구팬들에게도 소소한 얘깃거리다. ‘이 아이는 8년 뒤 명문구단의 주축 투수가 됩니다’라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다. 24일, 양창섭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더니 “그렇게 회자될 줄은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답변자의 조언이 성장에 작용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양창섭은 “좋은 쪽으로 작용한 것은 맞지 않냐”고 운을 뗐다. 덧붙여 “그때는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하기 전이다. 한창 고민이 많을 때였다”고 털어놓았다. 의도가 어찌됐든, 야구 꿈나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답변임에는 분명했다.

양창섭의 모교인 녹천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던 터라 노원구 리틀야구단에서 기량을 뽐냈다. 이후 청량중~덕수고를 거치며 무섭게 성장했고, 2016~2017년에는 역대 두 번째로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당시 조용준 덕수고 투수코치는 “(양)창섭이는 구속이 안 나올 때도 그에 맞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투수”라고 극찬하며 “반드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 믿음은 통했다. 양창섭은 프로 입단 첫해부터 팀의 마운드 구상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한 네티즌의 ‘착한 답변’도 여기에 한몫한 셈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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