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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영화음악 싫어서 시작한 일… 파격 시도 계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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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영화음악 싫어서 시작한 일… 파격 시도 계속할 것”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1-24 03:00수정 2019-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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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영화음악감독 달파란
최근 경기 파주시에서 만난 음악가 달파란. 한쪽 면만 보여주는 푸른 달의 신비로움을 닮고 싶어 달파란이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도 즐겨 연주한 펜더 재규어 전기 기타를 쥔 그는 영상과 음악의 별난 결합을 이뤄낸 MTV 시대를 누린 X세대다. 안홍범 작가 제공
군데군데 억새 군락이 자리한, 조금은 황량한 땅이었다. 경기 파주시 재두루미길. 말 그대로 재두루미 도래지다. 겨울, 이 철새의 땅에 음악가 달파란(본명 강기영·53)이 있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정면 벽에 걸린 커다란 TV가 눈에 띄었다. TV를 올려다보는 곳에는 컴퓨터와 건반. 그들을 날개처럼 호위하며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가 진 치듯 열병해 있었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황해’ ‘암살’ ‘곡성’…. 달파란은 홀로 또는 동료 장영규 감독과 함께 21세기 한국 영화의 독특한 소리 풍경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엔 영화 ‘독전’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받았다.


올해 한국 영화의 소리 풍경도 달파란에게 물어볼 만하다. 세종의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나랏말싸미’(주연 송강호), 스릴러물 ‘콜’(주연 박신혜)이 그의 손을 거쳐 개봉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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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선 처음 드라마 음악에도 도전한다. 내년에 공개될 넷플릭스의 좀비 사극 ‘킹덤’ 시즌 2다.

“시즌 1을 미리 봤는데 재미있더군요. 흥행 압박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친 그는 본디 영화판과 인연이 없었다. 삐삐밴드 2집에 ‘나쁜 영화’란 곡을 싣기 전까지는.

“장선우 감독이 찾아와 그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음악을 넣어볼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죠.”

시나위, H2O, 삐삐밴드…. 달파란이 몸담은 밴드는 모두 한국 대중음악사에 독특한 자취를 남겼다. ‘새가 되어 가리’(시나위)의 작사가도, ‘딸기’(삐삐밴드)의 작곡가도 달파란이다. 테크노 DJ로도 활동했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어서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댔나 봐요. 돌아보니 그런 경험이 영화음악 작업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놈놈놈’ 때는 김지운 감독을 따라 촬영지인 중국 위구르 지역까지 갔다. 장영규 감독과 현지 장터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사 그곳 전통 음계를 익히고 전통악기를 연주해 ‘놈놈놈’의 소리를 완성했다. 1990년대 말, 장영규 방준석과 젊은 영화음악가 모임 ‘복숭아 프로젝트’를 만들어 “왜 한국 영화 음악은 늘 뻔할까”란 불평과 고민을 공유했던 것이 실험의 밑거름이 됐다.

‘곡성’에서는 미분(微分)된 음의 왜곡에서 오는 파장을 활용해 무속적 불길함을 자아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이슬란드 음악가 요한 요한손을 동경했다.

“멀리 사는 친구의 죽음처럼 느껴졌어요. 한 번도 교류해본 적은 없지만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를 보면 음향 왜곡을 절묘하게 활용해 일반 관객까지도 체감하는 묘한 입체감을 만들어내거든요. 기존 영화음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찰나에 그가 떠나 너무 안타까워요.”

‘06:32.06 PM’ 작업실 오른쪽 벽에 걸린 큰 디지털시계가 현재 시간을 초 단위까지 보여줬다. 선홍색으로 발산된 그 고딕체가 지엄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제 앨범이면 미룰 텐데 영화는 개봉일이 있으니…. 마감이 다가오면 식욕도 사라져요.”

작업이 막힐 때는 산책을 한다. 그러면 어떻게든 결국 뭔가 떠올랐다.

“극장은 공연장이나 마찬가지죠. 돈을 지불하고 경험을 얻는 곳이니까요. 서라운드, 돌비 애트모스 같은 극장의 입체음향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한 작품이 한국 영화에는 아직 없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파주=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달파란#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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