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 ‘불이행 시 처벌’ 명확히 한 核폐기 로드맵 만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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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좀 더 진전을 이뤄냈고, 스웨덴(실무협상)에서도 다소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그 진전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 관계자는 북-미가 김영철의 방미를 계기로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이루기 위한 포괄적 합의, 즉 ‘빅딜’에 교감했다고 전했다.

2월 말로 예고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추상적으로 합의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데 있다. 북-미는 그 시작점을 두고 오랜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무엇보다 핵무기와 시설에 대한 전면적 신고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멈춰 섰다. 북한은 이번에 핵개발 중심지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사찰을 우선 수용하고, 미국은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과 함께 일부 석유 반입 제한을 완화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은 듯하다. 이것을 시작으로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세스의 일정표를 만든다는 것이다.

장기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내면서 한미 양측의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른바 ‘스몰 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묵인해주는 ‘위험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선 북한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로드맵에 합의하고 그 첫 단계부터 과감한 이행조치로 국제적 신뢰를 쌓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미국 정부도 판단했을 것이다. 앞으로 북-미 협상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만큼 최종 합의를 면밀히 지켜볼 일이다.

다만 과거 북핵 합의가 번번이 실패로 끝났듯 아무리 구체적인 합의문을 만들어내도 비핵화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더 큰 위험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미 로드맵에는 북한이 멈추거나 뒷걸음질 칠 때 이행을 강제할 강력한 안전장치가 담겨야 한다. 비핵화 촉진을 위해선 일부 제재 완화 또는 면제 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로드맵 이행에 불성실한 자세를 보일 경우 자동적으로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도록 명문화하지 않고서는 제네바 북-미 합의나 북핵 6자회담 합의 같은 실패를 또다시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북미 정상회담#마이크 폼페이오#북한 핵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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