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필요한 곳의 손흥민 vs 손흥민이 잘하는 곳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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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3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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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중앙 공격형 MF 출전… 스스로의 활약상은 감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대한민국과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대한민국과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처음에는 제법 잘 맞는 옷처럼 보였다. 다른 역할을 맡겨도 척척 해내니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고 팀의 가려웠던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적절한 선택이라는 박수소리도 들렸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도 같은 옷을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대와 달리 맵시가 나지 않았다. 스스로도 불편한 기색이 엿보였다. 입히는 사람 입장에서 고민이 될 상황이다.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다. 소개한 ‘옷’은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그리고 23일 오전에 끝난 바레인과의 16강전에 손흥민이 뛴 공격형MF 포지션을 뜻한다.

토트넘에서 그리고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주로 자리 잡은 곳은 측면 공격수이거나 최전방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2선의 중앙에서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손흥민에게 맡겼다.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으나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되는 측면들이 있었다.

일단 손흥민이 아니어도 손흥민이 뛸 자리에서 해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서다. 최전방의 황의조를 비롯해 이청용-황희찬 등 날개들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으나 그들을 향한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벤투 감독의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회 직전 남태희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마땅한 중앙 공격형MF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손흥민의 변신을 추진한 배경이 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경기 전개가 여의치 않을 경우 개인전술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2선 공격수를 원했고 그 몫을 남태희에게 맡겼다. 그리고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대회 직전 부상으로 빠지면서 꼬였다.

남태희의 공백을 구자철, 이재성 등이 번갈아 메우려했으나 여의치가 않다. 이재성은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은, 그의 플레이가 팀 전체의 흐름을 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격형MF로 나설 수도 있는 나상호는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고, 황인범은 기성용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밑으로 더 내려가야 한다.

이런 와중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공격형MF로 출전한 손흥민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손흥민은 좁은 공간에서도 레벨이 다른 공 간수 능력과 드리블을 선보이며 중국 선수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덕분에 황의조와 황희찬은 보다 많은 공간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레인전은 달랐다. 축적된 피로가 이제야 표출된 영향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몸놀림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중앙의 협소한 공간도 답답한 듯 애를 먹었다.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못된 탓이 가장 커 보이지만, 후반 막판 이승우가 투입된 시점과 맞물려 손흥민이 측면으로 치우친 뒤 더 좋은 장면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옷’에 대한 고민도 든다.

손흥민이 워낙 좋은 능력을 갖췄기에,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에서 기인한 딜레마다. 팀이 필요한 곳이나 약한 곳에 손흥민을 쓰는 것이 나은지 손흥민이 잘하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보다 득인지 사이에서 감독들은 저울질을 한다. 사실 벤투 감독뿐만 아니라 전임 신태용 감독도 그랬고 그 이전의 대표팀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김학범 감독도 그랬다. 황의조의 골 감각이 워낙 절정을 향했기에 손흥민을 포스트에 배치하진 않았으나 때로는 측면에 때로는 중앙으로 그의 위치를 변동시켰다. 중앙MF가 됐을 땐 ‘희생하는 에이스’ ‘헌신적인 리더’ 등의 수식이 나왔는데, 결국 팀에는 도움이 됐으나 스스로의 활약상은 반감됐다는 접근도 가능하다.

한 번 더 새로운 옷을 줄 것인지 아니면 이전 익숙한 옷을 되돌려 줄 것인지 8강을 앞두고 있는 벤투 감독도 고민이 될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는데, 손해를 줄이는 감독의 묘수가 필요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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