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끝내 “안한다” 선언…좌초 위기 빠진 제3인터넷은행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3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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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신규 인가 설명회 앞두고 주요 선수들 발 빼
차별화 난망, 규제 정책 부담…정부 실기 지적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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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정부가 금융혁신을 내세우며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으나, 네이버를 비롯한 주전급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줄줄이 발을 뺐다. 더이상 인터넷은행 만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고 돈은 안되는 은행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규 인터넷은행 흥행 부진은 그만큼 냉혹한 시장 현실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23일 오후 금융감독원에서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심사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를 앞두고 지난 인터파크와 네이버가 줄줄이 인터넷은행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네이버는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시중 은행의 온라인 서비스도 활발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인터넷 은행 설립을 계속 추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은행을 할 유인이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참여하면 손을 잡고 뛰어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던 시중은행들도 고민에 빠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빠진 이상 앞으로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규 인터넷은행 흥행 실패는 예고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인가(2015년) 때만 해도 인터넷은행은 보수적인 기존 은행 등 금융사들이 장악했던 시장에 모바일 기반인 ‘쉽고 편한 은행’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었다. 초반에만 해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낳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성적은 부진하다.

2017년에 영업을 시작한 두 인터넷은행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케이뱅크는 508억원, 카카오뱅크는 159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자본금을 막대하게 투입하고도, 예금이나 대출 말고는 굵직한 수익을 낼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에 위기를 느낀 대형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모바일뱅킹 등 업무의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간편결제(페이), 간편송금 등을 내세운 핀테크 업체들도 성업하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신규 핀테크 업체의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인터넷은행, 시중은행, 핀테크 업체들까지 그야말로 무한경쟁 시장에서 인터넷은행 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점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케이뱅크가 나온 후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편의성, 대출 금리, 해외 송금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따라 잡아 인터넷은행과 이제 별 차이가 없다”며 “인터넷은행 자체의 메리트가 없어졌으니 새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할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고 평했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자리한다는 지적된다. 은행에 대해 대출 규제 강화, 중금리 대출 확대·금리와 수수료 인하 요구 등 정부의 금융정책은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고 금융권은 호소한다. 이른바 ‘빚 탕감’ 정책 등 때문에 은행들이 감수해야 하는 손실까지 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규제 완화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아 속도가 붙지 못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규제혁신 1호 대상으로 꼽으면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었다. 인터넷은행 신규 출현이 무산되면 은산분리도 빛을 발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적인 모델을 구현하기에 우리나라의 규제는 과도하다 보니 네이버가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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