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미플루 대북 지원 돌연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비핵화 협상]“시기상조”… 한달만에 입장 바꿔, 북미회담 앞두고 속도조절 나선듯

미국이 17일 한미워킹그룹 화상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타미플루 전달 등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돌연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지난해 12월 워킹그룹회의에서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에 찬성했으나 한 달 만에 태도를 바꾼 것.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 속도 조절에 나서며 비핵화 협상 레버리지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당초 이번 주 북한에 타미플루 20만 명분과 신속진단키트 5만 개를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유보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전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측은 17일 화상회의에서 “타미플루 제공 등 남북 인도적 교류 협력도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타미플루 지원과 관련한 남북 간 협의를 이미 마친 상태여서 미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타미플루를 조만간 북에 보낸다는 입장이지만 다음 워킹회의는 설날(2월 5일) 이후로 예정돼 있다. 타미플루를 보내도 독감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이 지난 뒤에야 보낼 수 있게 된 것.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타미플루를 가급적 빨리 보내기 위해 미국과 한미워킹그룹 외 다른 채널로도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타미플루 지원 약속을 사실상 번복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킹그룹에서 합의한 것도 미국의 전술적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남북 경협 속도 조절의 고삐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미국 타미플루 대북 지원#돌연 제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