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산정 내역 공개… ‘이자 바가지’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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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 발표

60대 남성 장모 씨는 지난해 충북 청주의 한 금융회사 지점에서 대출 명세를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장 씨가 5년 전 6%대 금리로 1억 원대를 빌린 뒤 지불한 이자가 당초 본인이 직접 계산해 본 금액보다 1200만 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지점은 장 씨의 연체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계산해 이자를 불렸다. 장 씨는 결국 금융감독원과 해당 금융사에 민원을 제기했고, 조정을 통해 3개월 만에 억울하게 떼인 이자를 돌려받았다.

앞으로 장 씨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1분기(1∼3월)에 현재의 주먹구구식 대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 산정 내용을 대출을 받을 때 꼼꼼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은행을 처벌할 근거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① 대출 명세에 소득정보, 금리 산정 방식 공개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자에게 소득과 담보, 신용등급이 적힌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보여줘야 한다.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물론이고 갱신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출자가 자신의 어떤 정보가 금리 산정에 반영되는지 명확히 알고, 잘못 산정된 부분이 있으면 은행에 따져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점장 우대금리’ 등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요소도 세세하게 공개된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로 구성되는데 이를 통해 각 항목이 얼마씩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중 ‘가감조정금리’는 고객의 이용 실적으로 결정되는 ‘우대금리’와 본부나 영업점장 재량으로 결정되는 ‘전결금리’로 나눠서 공개된다.

② 고객의 정당한 금리 인하 요구 반영

소비자는 2002년 마련된 금리 인하 요구권 제도에 따라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신용이 좋아질 때 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리를 신용등급이 개선된 만큼 내리지 않고 찔끔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금리 요소를 조정해 최종금리를 내리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은행들은 고객의 높아진 신용만큼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본점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처리 결과와 사유를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③ 은행의 부당한 대출금리 산정 제재

앞으로 은행이 금리를 잘못 계산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된다.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할 경우 건당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은행과 임직원이 제재를 받는다.

④ 변동금리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대출자는 돈을 빌린 뒤 3년 안에 원금을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상환액의 1% 내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중도상환할 때 은행에 이자 손실이 거의 없는 ‘변동금리대출’에도 ‘고정금리대출’과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가 적용돼 왔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4월부터 변동금리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인하한다. 담보대출은 0.2∼0.3%포인트, 신용대출은 0.1∼0.2%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⑤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도입

은행이 주로 변동금리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7월부터 새롭게 개편된다. 코픽스를 시장 상황에 맞게 정확히 산정하고 은행이 대출금을 마련할 때 끌어오는 재원을 지금보다 다양하게 반영한다는 취지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금보다 0.27%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계산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일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대출금리 산정 내역#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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