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아 “이런 슬픈 연기는 처음…두 달 내내 악몽에 시달렸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3일 06시 57분


연기경력 23년차인 김선아는 자신을 “연기에 특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17년 넘게 연기 수업을 받은 덕분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제공|굳피플
연기경력 23년차인 김선아는 자신을 “연기에 특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17년 넘게 연기 수업을 받은 덕분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제공|굳피플
■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마친 김선아

도현정 작가 팬이라 선택한 작품
아동학대 문제 정면돌파…
우울해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뿌듯
염정아·김남주 선배 보며 자극
23년차지만 마음은 항상 신인
아직도 연기수업 받는걸요


연기자 김선아에게 2018년은 자신의 그 어느 해보다 화려했다.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로 13년 만에 연기대상을 품에 안았고, MBC ‘붉은 달 푸른 해’로는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연기자 김선아’로 다시 한번 자신을 시청자에게 깊이 각인시킬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대상을 받고 나오는데 눈이 막 내렸어요. 눈도, 감정도, 정말 완벽했죠. 제게 지난해는 참 잊지 못할 ‘사건’이었어요.”

● “두 달을 악몽 꿔…그래도 보람”

22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아직까지도 그날의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눈치다. 대상 수상과 더불어 최근 주연한 ‘붉은 달 푸른 해’의 여운도 그의 깊은 감정선을 건드렸다. 아동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의미 있는 결말을 맺은 ‘붉은 달 푸른 해’ 덕분에 김선아는 주변으로부터 “잘했다”는 격려를 받았다. 두 달을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작품에 매달린 보람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단순해지는 편이다.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을 쓴 도현정 작가의 팬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는 마음이었다. 대본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주제여서 마인드 컨트롤에 더욱 신경을 썼는데도 힘이 들더라. 벽난로에서 아이의 유골을 꺼내는 장면에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이런 슬픔을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그는 ‘붉은 달 푸른 해’를 하면서 참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래도 도현정 작가의 힘이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 샐 틈 없이 치밀한 대본을 보며 놀랐다”며 언제든 이런 작품을 만난다면 고생길도 마다치 않겠다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하루는 작가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어렵고 힘든 역할 맡아줘 고맙고,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드라마 주인공 ‘(차)우경이는 우울하지만 선아씨는 즐겁고 재미있게 연기해주세요’라는 말에 울컥하고 감동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는 참 힘든 과정이었지만, 지금도 ‘붉은 달 푸른 해’ 시즌2를 외치고 있다.(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배우가 ‘좋은 대본’을 만나는 건 정말 귀한 기회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의 김선아. 사진제공|메가몬스터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의 김선아. 사진제공|메가몬스터

● “23년 경력? 난 아직 신인 같은데”

“좋은 대본 속 좋은 대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벅차올라” 김선아는 지금까지 까다로운 작품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그러느라 23년의 경력도 잊고 살았다. 김선아는 아직도 스스로가 “신인” 같다고 했다.

“새로운 현장에 가면 늘 낯설고 새롭다. 그래서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도 몰랐다. 20년이 훌쩍 지났다니. 철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웃음) 주어지는 대로 일을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에게 좋은 대본이 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잘 알고 있다. 내게 ‘좋은 대본’은 단순하다. ‘이게 재미가 있을까?’ 눈치 보지 않고 ‘재밌다!’고 외칠 수 있는 것. 다음이 궁금한 것. 이렇게 좋은 대본을 만나는 건 참 쉽지 않다.”

2017년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를 만난 이후로도 김선아는 쉼 없이 달려왔다. “운이 좋게 작품이 꼬리를 물고 왔다”는 김선아는 “워낙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아서”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40대임에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을 펼치는 염정아, 김남주 같은 선배들이 그에게 “자극”을 줬다.

“주변의 많은 배우들이 참 열심히 일하고 있다. 40대 여배우들의 활동은 참 감사한 일이다. 선배님들이 길을 터줘서 저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나도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큰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할리우드에선 40대, 50대의 멜로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전무하다. 그런 게 아쉽다.”

● “아직도 연기 수업…연습만이 살길”

어느새 후배들의 연기 롤모델로 꼽히는 ‘선배’가 됐지만, 김선아는 아직도 연기 수업을 받으며 자신을 갈고닦는다. “(연습)안 하면 좋은 작품을 받을 수 없다”는 김선아는 절대 유명세에 기대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연기 못한단 소리를 한참이나 들었다”는 지난날이 그에게는 연기에 몰두하는 원동력이 됐다.

“데뷔할 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일할지 몰랐다. 내가 뒤처진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언젠가는 피아노를 다시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니 가끔 놀란다.(웃음) 영화 ‘위대한 유산’ 때 밤샘촬영을 하고도 새벽에 연기 선생님을 붙잡고 눈물 쏟아내며 수업을 받았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영화 ‘몽정기’ 때 만난 연기 선생님으로부터 17년 넘게 연기 강습을 받고 있다.”

그런 엄격함이 지금의 김선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에 머물렀다면, 박복자도, ‘키스할까요’의 안순진도, 차우경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연기하려면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며 23년째 스스로를 다잡는 그의 ‘이름은 김선아’이다.

연기자 김선아. 사진제공|굳피플
연기자 김선아. 사진제공|굳피플

● 김선아

▲ 1973년 10월1일생
▲ 1996년 ‘오버클래스아이디’ CF로 데뷔
▲ 2009년 경희대 연극영화과 졸업
▲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주연, MBC 연기대상
▲ 2017년 JTBC ‘품위있는 그녀’ 주연
▲ 2018년 ‘키스 먼저 할까요?’ 주연, SBS 연기대상
▲ 2018년 ‘붉은 달 푸른 해’ 주연, MBC 연기대상 수목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박형주 인턴기자(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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