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포커스] 기세 좋은 선수 뜨면, 소속팀부터 살펴봐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3일 05시 45분


세종팀 황인혁 선수(맨 왼쪽·4번)가 2018 그랑프리 경륜에 출전해 힘차게 달리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세종팀 황인혁 선수(맨 왼쪽·4번)가 2018 그랑프리 경륜에 출전해 힘차게 달리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에서는 평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선수라도 언제 경주를 지배하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이러한 변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은 물론 넓게는 그 선수가 소속된 팀도 주시해야 한다. 선수들의 인지도 또한 너무 맹신하기 보다는 열려있는 마음으로 경기를 살펴봐 이변에 대비할 수 있다.

● 팀 분위기 살펴라

혼자 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륜 선수 대부분 팀을 이뤄 훈련한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집중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워도 혼자 할 때보다 훈련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이 훈련하다 보면 팀원 전체의 기세가 비슷하게 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한동안 장마와 한파가 이어지면 그 지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훈련량이 부족해 팀원 전체가 하락세를 보인다. 반대로 훈련부장이나 지부장이 바뀌면서 팀 분위기를 쇄신해 훈련량을 끌어올리면 팀원 전체가 고른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떤 선수 한 명이 평소와 다르게 좋은 컨디션으로 선전을 펼친다면 그 선수가 속한 팀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같은 팀의 다른 선수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세종팀은 23기와 24기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고 다른 팀에 있던 선수들이 옮겨오면서 전체적으로 팀 기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상반기에는 세종팀 소속 황인혁(21기, SS)이 슈퍼특선급으로 승급했고, 김관희(23기, S2)는 특선급 승급에 성공했다.

김관희는 특선급 진출과 함께 1월6일 광명 12경주에서 강자인 양희천(16기, S2)과 공민우(11기, S2)를 이기는 이변까지 만들었다. 과감한 몸싸움을 통해서 강자 뒤를 마크한 이후 직선에서 추입력을 발휘, 양희천을 2위로 밀어내고 1착하며 62.3배의 배당을 만들어냈다.

김관희의 동기생인 조주현(23기, S3) 역시 2018 시즌 특별승급으로 특선급 진출에 성공했고 특선급 진출 이후 파워있는 플레이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서서히 몸 상태가 살아나더니 그랑프리(광명 51회차 12월28~30일)에서 2회 연속 3착을 기록했고 3일차에는 강한 젖히기 승부를 통해 2착해 쌍승 15.0배의 중배당을 터뜨렸다.

전주팀 역시 훈련 방식을 바꾼 이후 김종재, 전종헌, 한정훈, 박상훈, 김유승, 손동진 등 성적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의 컨디션이 살면서 경주에서 한 차례씩 큰 이변을 일으켰다.

● 인지도에 얽매이지 말라?


인지도는 안정된 기량으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는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유명세 다. 하루 이틀 성적이 좋았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지도가 높으면 자리 잡기에 유리할뿐더러 경기의 흐름을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초주 줄서기가 승부의 50%를 좌우하는 경륜에서 순위를 가늠할 주요 요소이다.

하지만 인지도만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승부거리가 짧아지면서 마크, 추입 위주의 경기를 많이 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문 당시에는 한 바퀴 이상 길게 승부를 하던 선수들이 인지도가 조금 쌓이면 추입 위주로 가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이렇게 승부거리가 짧아지면 선수들이 기복을 보이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팬들의 기대를 받던 선수가 고배당의 빌미를 제공하는 예상 밖의 경주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한 예로 김원진(13기, A1)은 특선급에서 내려온만큼 누가 봐도 강자였다. 하지만 추입 의존도가 높아 결국 12일 광명 11경주에서 힘 좋은 신동현(23기, A1)의 후미를 직접 마크했는데도 불구하고 외선 병주를 이겨내지 못해 3착으로 밀려났다. 1위 신동현, 2번 홍현기가 들어오면서 36.6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인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몇몇 선수들의 독주 체제가 아닌 누구든지 타이밍만 맞으면 입상권 진입이 가능하다. 무조건적으로 맹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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