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미세먼지… 내 몸은 내가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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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속에서 살아남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사’라는 이름으로 봄철 잠깐 골칫거리였던 먼지가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한반도를 점령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라도 불어야 미세먼지가 살짝 흩어져 숨이라도 쉴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추운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미세먼지 대처방법을 총정리 해봤다.

미세먼지, 심각한 질환 야기해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실외 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은 인구 100만 명당 중국(2052명), 인도(2039명), 카스피해 인근(1110명), 한국(1109명) 순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높다.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관지를 통해 폐포 깊숙이 들어올 수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흡수된 유해물질은 몸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폐에 염증 작용을 일으키면 기관지염이 생길 수 있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천식과 같은 기저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염증이 혈관으로 옮겨가면 혈액 내 응고물질이 활성화돼 혈전이 형성되기도 한다. 혈관염증은 급성 심근경색, 심장마비 혹은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심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준다.

거의 모든 암의 사망률 높아질 수 있어

최근 논문이 하나 발표됐다. 대기오염에 오래 노출되면 모든 종류의 암에 의한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다. 특히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말기 암보다 조기 암 사망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배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이용제 연세의료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1999년부터 2017년 사이에 수행한 대기오염과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에 대한 30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입자의 지름이 2.5μm이하인 초미세먼지, 10μm 이하인 미세먼지, 그리고 이산화질소가 ㎥당 10μg씩 증가할 때마다 모든 종류의 암 사망률이 각각 17%, 9%, 6%씩 상승했다.

대기오염 평균 농도, 암의 진행 단계, 조사 대상자의 흡연 상태 등으로 나눠 분석한 세부 연구에서도 장기간 대기오염 노출에 따른 암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서 미세먼지가 폐암이 아닌 다른 암의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초미세먼지는 간암, 대장암, 방광암, 신장암, 미세먼지는 췌장암과 후두암의 사망률을 증가시켰다. 김홍배 교수는 “이전에는 초미세먼지가 10단위 증가할수록 폐암의 발생과 사망이 약 9% 증가하는 메타분석 연구 결과만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대기오염 노출이 많아지면 거의 모든 종류의 암 사망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과 심혈관질환 이외에도 뇌졸중이나 인지장애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 미숙아 출산 증가, 당뇨 같은 대사성질환을 악화시키고 악성종양의 증가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또 우울증, 정신질환 등 인체 건강에 상당히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호흡기질환자는 질병이 악화돼 입원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증 질환이 아니더라도 미세먼지는 소소하게 우리를 괴롭힌다. 눈에 닿으면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눈물이 말라 안구건조증, 각막염 등 안질환도 쉽게 발생된다. 뻑뻑함, 시림과 이물감 등의 증상이 생기고 심할 경우 눈을 뜨기 힘들다. 심하면 시력 저하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 미세먼지 대처법 총정리 ▼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오늘도 당장 하늘을 가득 메우고 하루가 멀다고 주황색과 붉은색 그래프를 오가면서 나쁨과 주의 경고를 하고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한다.

일기예보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의 동선 안에 있는 미세먼지 농도를 수시로 파악해야 한다. 나쁨 이상이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보통이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땐 주의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질환·심뇌혈관질환·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최선이다.

미세먼지 심한 날 외출은 다시 한 번 생각해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날 부득이하게 나가야 한다면 치료 약물을 챙긴다. 심혈관질환자는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는 육체 활동을 최소화하고 천식환자는 천식 증상 완화제를 가지고 다닌다. 어린이 천식환자는 유치원이나 학교 보건실에 개인 증상 완화제를 맡겨두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손과 발, 얼굴을 깨끗이 씻는다. 만약 미세먼지 농도 나쁨 이후에 기저질환 증상이 악화됐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다.

그래도 나가야겠다면 우선 마스크부터 챙긴다.

마스크는 얼굴에 딱 맞게 써야 효과가 있다. 마스크를 썼을 때 실제로 호흡기로 미세먼지가 적게 들어오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부족하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마스크까지 벗어던질 수는 없다. 마스크는 식약처 인증마크를 확인한다.

실내에서도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으면 가급적 창문을 닫고 환기 횟수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고기를 굽거나 튀김 요리를 했을 때, 또는 청소를 했다면 실내 공기가 더 나쁠 수 있어서 환기를 해야 한다. 창문은 가능한 한 3분 이내로 열고 환기 후 먼지가 쌓이기 쉬운 곳은 물걸레로 청소한다. 공기청정기는 헤파 필터 등급을 확인하고 6개월마다 교체한다. 가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맞추고 미세먼지를 무겁게 만들어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것을 막는다.

물과 과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해라.

비타민C가 풍부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과일과 야채 그리고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는 물을 자주 섭취해 몸에 쌓이는 미세먼지와 노폐물을 최대한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 괜히 근거 없는 삼겹살로 미세먼지를 빼겠다는 생각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지용성 유해물질의 체내 흡수율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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