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주춤했던 반도체 하반기 다시 활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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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2017년부터 2년간 호황을 누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경기 둔화는 2019년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흐름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부진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뒤 하반기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체 실적 부진의 원인인 수급 불일치 문제는 곧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은 투자를 크게 늘렸다. 반도체 호황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D램 공급이 부족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투자를 크게 늘렸고 신설된 장비가 2018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D램 생산량은 2016년의 약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D램 수요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수요 폭발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 기업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대량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특히 D램은 공급 부족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재고 확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 IT 기업이 자체 보유한 재고가 적정량을 넘어섰고, 마침 D램 공급이 늘면서 반도체 구매를 취소하거나 지연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스마트폰용 D램 수요도 줄었다.

반도체 수요가 부진하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사는 공급 조절에 나섰다. 올해 신규 투자 규모는 이미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투자가 줄면 실제 수급에는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D램 공급 증가세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수요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미국 인텔이 새 중앙처리장치(CPU)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맞춰 IT 기업들이 반도체 구매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새 인텔 CPU의 등장은 시장에서 PC와 반도체 시장을 동시에 살리는 호재로 인식된다. 스마트폰 시장도 비록 지금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지만 가격이 인하된 신제품이 나오면 다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반도체 시장의 성장 둔화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반도체 제조사와 IT 기업의 단기 재고관리 전략에 따른 현상인 만큼 반도체 시장에 대한 희망을 놓을 필요는 없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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