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선규 “마약반 5인방 환상의 케미…촬영 내내 ‘하하 호호 히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2일 06시 57분


10년간의 무명 시절을 딛고 주연배우로 우뚝 선 진선규. 2017년 영화 ‘범죄도시’ 이후 스타덤에 올라 광고도 찍었지만 그는 여전히 “크게 변한 것 없이 그대로”라고 했다. 하지만 “연극 후배들의 밥값을 마음껏 내줄 수 있다”며 좋아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년간의 무명 시절을 딛고 주연배우로 우뚝 선 진선규. 2017년 영화 ‘범죄도시’ 이후 스타덤에 올라 광고도 찍었지만 그는 여전히 “크게 변한 것 없이 그대로”라고 했다. 하지만 “연극 후배들의 밥값을 마음껏 내줄 수 있다”며 좋아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영화 ‘극한직업’으로 설 극장가 공략 나선 진선규

위장 치킨집 대박 이끄는 주인공
류승룡 이동휘 등 호흡 웃음폭탄
명절영화만 3번째…명절의 남자
극한직업? 배우도 만만찮은 직업


정확히 1년 전. 배우 진선규(42)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고 하지만 나는 노를 젓기 전에 지도를 펴서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겠다.” 주어지는 기회를 전부 잡으며 속도를 내기보다 숨고르기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신중하게 다지겠다는 의미였다.

“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온 건 아니지 않나. 하하! 더 신중하고 싶었다. 원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어떻게 와 있는지, 천천히 돌아봐야 했다.”

연극무대에 오르면서 간간히 영화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던 진선규가 대중에 알려진 계기는 2017년 영화 ‘범죄도시’부터다. 조선족 악당 위성락 역을 통해 무명의 시간을 단번에 날린 그는 이후 여러 영화상을 받으면서 내놓은 진솔한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이어갔다. 유명세 덕에 CF모델까지 됐다. 그는 “나는 그 뒤로도 크게 변한 것 없이 그대로”라고 하지만, 처한 상황이 달라진 건 부인할 수 없다.

“아! 달라진 게 있다면 주변 후배들에게 마음껏 밥을 사줄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얼마 전까지도 술자리를 가지면 후배들이 조용히 ‘선규 형 돈 없으니까 형한테 계산하라고 하지 말자’고 말하곤 했다.(웃음) 이젠 내가 몰래 가서 밥값을 다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예상대로 ‘범죄도시’ 이후 그에게 여러 제안이 쏟아졌다. 눈에 띄는 배우가 탄생하면 시나리오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영화계 분위기가 그에게도 이어졌다. 심사숙고 끝에 그가 선택한 영화가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제작 어바웃필름)이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 ‘극한직업’ 속 진선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속 진선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마약반 형사 5인방 “첫눈에 서로 알아봐”

‘극한직업’은 위장수사를 위해 치킨 가게를 인수한 마약반 형사들이 직접 치킨을 튀기다 이내 ‘맛집’으로 전국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반장 류승룡을 중심으로 진선규와 이하늬 이동휘 공명까지 마약반 5인은 그야말로 ‘독수리 5남매’를 연상케 하는 환상의 호흡으로 웃음을 만든다. 영화에 캐스팅되기 전까지 서로 인연이 없던 사이다.

진선규는 “시나리오 연습을 위해 만난 첫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봤다”고 했다. “승룡 형은 진짜 반장처럼 우릴 아울렀고, 하늬는 엄마 같았다”며 “아웅다웅하면서 마음을 터놓았다”고도 했다.

“내 생애 이런 팀워크는 처음이다. 앗! ‘범죄도시’가 처음이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하하! 하늬의 말처럼 정말 ‘하하 호호 히히’ 할 수 있는 촬영장이었다. 미리 맞춰볼 필요도 없이 케미스트리가 척척 맞아 떨어졌다.”

진선규는 형사 5인 가운데서도 상징적인 인물이다. 형사들이 어설프게 차린 치킨 가게를 ‘대박’으로 이끈 주인공. ‘치킨인지 갈비인지 모를’ 수원왕갈비 통닭을 개발한 마형사 역을 맡은 그는 코미디 연기가 처음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책임진다.

“누군가를 웃기는 일이 나와는 너무 먼 일이었다. 늘 코미디를 하는 개그맨들이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해오기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승룡 형님이나 동휘처럼 코미디 경험자들의 틈에 끼어드는 거였다.”

진선규는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 학교에서도 줄곧 “선규는 착해” “선규는 착한 애야” 같은 말을 듣고 자랐다고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이 박힐 정도”였다. 실제로도 4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줍음 많고, 정적인 성격이지만 영화에선 늘 변화무쌍하다.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극단에서 연극을 경험했다. 그동안 제대로 화도 내 본 적 없었는데 연기할 땐 여러 감정을 다 표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나. 짜릿했다. 내 얼굴을 완전히 감추고 전혀 다른 인물이 되는 게 좋다. ‘가위손’이나 ‘캐리비언의 해적’ 조니뎁 같은 역할도 하고 싶다.”

배우 진선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진선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배우라는 직업도 극한직업”

‘극한직업’이란 제목은 상징성이 크다. 범인 잡기 위해 치킨장사까지 해야 하는 형사들의 처지를 빗댄 표현이지만 직업을 가진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단어이기도 하다. 배우로 살아가는 진선규 역시 자신의 일이 극한직업에 속한다는 데 공감했다.

“처음에 ‘극한직업’을 찍는다니까 창원에 있는 고향 친구들은 걱정부터 늘어놨다. 밤새 배타고 힘들게 일하는 걸 찍어야겠냐고,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친구들은 EBS ‘극한직업’에 출연하는 줄 안 거다.(웃음) 세상 어떤 일이든 다 극한직업 아니겠나. 좋아서 연기자로 살아가지만 배우도 극한직업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진선규는 은근히 ‘명절의 남자’이다. 출세작 ‘범죄도시’가 2년 전 추석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고, 지난해 추석 시즌에는 영화 ‘암수살인’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극한직업’은 설 명절을 공략하는 영화다. “명절에 가족들이 다 모일 텐데 그때 조카들 데리고 극장에 갈 계획”이라는 그는 ‘명절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부인하지 않았다.

● 진선규

▲ 1977년 9월13일생
▲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졸업.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창단
▲ 2004년 연극 ‘쑥부쟁이’ 등 출연. 단편영화 ‘안녕, 아리’ 주연
▲ 2007년 연극 ‘칠수와 만수’ 등 출연
▲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단역
▲ 2017년 영화 ‘범죄도시’로 스타덤. 청룡상 남우조연상 등 수상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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