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마침내 입 연 전명규, 그러나 풀리지 않은 의문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1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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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추가 폭로에 대해 21일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전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추가 폭로에 대해 21일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빙상계 비위 논란의 중심에 선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 교수는 자신의 법률대리인 김진영 변호사와 동석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11시40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 빙상인 연대’의 기자회견과 맞물려 전 교수의 기자회견장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 “제자 잘못 키워, 용서되지 않는 일”

정장 차림으로 나선 전 교수는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터라 전 교수의 입장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먼저 “조재범 코치로부터 고통을 당한 심석희 선수에게도 사죄하고 싶다. 제자를 잘못 키운 탓에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시련을 안겨준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전 교수는 “이른바 빙상 적폐로 지목된 내 발언이 논쟁으로 번질까 두려워 국민들 앞에 서지 못했다. 특정한 의도로 뭉친 단체와 언론으로부터 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열악한 조건에서 열심히 일한 지도자와 빙상인들에 대해서도 누가 될 것 같아 용기를 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오전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추가 폭로에 대해 21일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전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추가 폭로에 대해 21일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젊은 빙상인 연대 vs 전명규

그러나 각종 비위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오전 ‘젊은 빙상인 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빙상계 추가 성폭행 사실을 6건 더 확인했다”고 공개한 뒤 “전 교수가 오랫동안 대한민국 빙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배경은 빙상계를 포함한 체육계,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다. 제자가 가해자고, 제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전 교수는 3월 1일부터 안식년을 즐기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한 전 교수는 “젊은 빙상인 연대의 행동이 진정으로 빙상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말부터 했다.

전 교수에게 “젊은 빙상인 연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나는 내 얘기를 하고 있고, 그 사람들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리고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나는 누군가를 밀어주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젊은 빙상인 연대가 전 교수를 비난하는 이유를 묻자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모호한 답으로 피해갔다.

오전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추가 폭로에 대해 21일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전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추가 폭로에 대해 21일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법적 다툼 여지는 있나

전 교수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한체대 교수직 사퇴 가능성과 빙상계 성폭력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전 교수의 제자들이 성폭력 가해자라는 주장이 나온 것을 언급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파벌싸움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적 다툼에 대해선 “아직 그렇게까지 갈 생각은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덧붙여 “다 빙상인들이고, 내 제자들이다.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프고 상처를 받아도 그게 맞다”고 말했다. 한체대 교수직 사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종료 후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 전 교수를 따라 나섰으나 그는 추가 설명 없이 차에 올라탔다. 오히려 의구심만 더 키운 기자회견이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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