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선희-美비건, 스톡홀름 상견례부터 ‘합숙 회담’…한국까지 연쇄회동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0일 17시 49분


코멘트

美 비건 대표 스톡홀름 도착…北과 실무협상 착수

북미가 다음달 말에 2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가운데, 비핵화 협상을 조율할 양측 북핵 실무대표의 협상이 사실상 시작됐다.

북한과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부 부상은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 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한 휴양시설에서 합숙 회담에 돌입했다.

최 부상과 비건 대표는 스웨덴 민간연구기관의 국제회의에 초청됐다고 밝혔으나, 스웨덴 정부가 숙소를 제공했다고 알려진 점 등을 고려하면 양국 실무대표는 스웨덴 주재여 하에 모여 비핵화 협상의 접점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이 고위급회담에 이어 열리고 있다.

실무회담에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비핵화-상응조치 협상에 대해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백악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다음달 말께 개최할 예정이라면서도 장소는 추후 발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장소는 결정했지만 나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백악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공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빗나간 것으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 조율이 남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북미는 실무회담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 및 상응조치와 관련해 어떤 카드를, 어떤 시점에서 주고받을 것인지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이미 폐기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비핵화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일부 완화, 인도적 대북 지원, 종전선언 추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북미 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북미는 지난해 6·12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행동과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 왔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도 결과물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어디까지 검증받을 수 있냐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핵시설 동결·폐기 이상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면제를 원하지만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양국 북핵 실무대표가 만남의 물꼬를 튼 것 자체가 진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비건-최선희 간 실무협상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아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신범철 아산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최 부상과 비건 대표가 처음으로 만나는 상견례 성격으로 보인다”며 “비핵화 카드를 맞추기보다는 서로 진솔한 생각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진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향후 실무회담을 지속적으로 여는 틀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실무대표가 마주한 이번 회담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북핵 실무대표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참여하고 있다. 북미 뿐만 아니라 남북, 한미, 남북미 형태의 협의가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협의가 원만히 이뤄진다면 한국은 비핵화 행동 검증이나 대북제재 면제 등 북미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첨예한 의제에 대해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