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대표부 앞 길 이름 ‘오토 웜비어 길’로 명명 추진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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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다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를 기리기 위해 미국 뉴욕 맨해튼 주유엔 북한대표부 건물 앞 도로 이름을 ‘오토 웜비어 길(Otto Warmbier Way)’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18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 공화당 소속인 조셉 보렐리 뉴욕시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보렐리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토 웜비어 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절대 독재자와 독재 정권에 의해 꺾인 한 인생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미드 맨해튼의 2번 애비뉴, 43번가와 44번가 사이에 있는 ‘디플로맷 센터’ 건물에 위치해 있다. 1번 애비뉴에 있는 유엔본부와는 한 블록 거리다. 보렐리 의원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과 웜비어의 운명에 이목이 쏠리기를 바라고, 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전 세계 외교관들이 매일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웜비어는 우리가 자유 속에서 중시하는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토 웜비어는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2017년 6월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된 후 엿새 만에 숨졌다. 폭스뉴스는 웜비어가 맨해튼에서 생활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에 억류되면서 이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웜비어는 2016년 여름부터 맨해튼 투자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례안은 시의회 검토와 표결을 거친 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서명하면 공식 발효된다. VOA에 따르면 뉴욕시는 과거에도 독재에 맞서 싸운 인물이나 사건 이름을 거리명으로 사용한 바 있다. 1984년에는 당시 소련 출신 반체제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인권운동가인 그의 아내 엘레나 보너를 기념하고자 러시아 유엔대표부가 위치한 67가 거리 이름이 ‘사하로프-보너-코너’로 바꿨고 1989년에는 중국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뉴욕 주재 중국영사관이 소재한 맨해튼 42가 거리 이름을 ‘천안문 광장 코너’로 명명한 바 있다.

한편 VOA에 따르면 유엔 북한대표부는 이날 ‘오토 웜비어 길’ 조례안 발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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